[맹탐정 코남] #8. 부산 도심 하천에 거대 오징어가 나타났다고?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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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사건개요>

부산 동천에 정체 불명의 생명체가 나타났다.

지난 4일 부산 범천동 동천에 검붉은 빛의 생명체가 수면으로 떠 올랐다. 그것의 정체는 바로 '오징어'. 오징어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어종이 아닌가? 왜 도심하천인 동천에 나타난 것일까? 먹이를 찾기 위해서? 바닷속 천적을 피해서?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맹탐정이 직접 동천으로 나가봤다. 수달에 이어 맹탐정은 오징어도 발견할 수 있을까?


<현장검증>

동천은 부산진구에서 동구와 남구를 거쳐 부산만으로 유입되는 부산의 대표적인 도심 하천이다.

길이 4.85㎞, 면적은 31.08㎢에 달하는 넓은 하천. 이곳에서 오징어를 찾으라니.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하는 셈이다.


복개 구간이 끝나는 부산진구 부전동 광무교에서 수색을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광무교를 지나 동천 최상류까지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진 않았을 것이다. 22일 맹탐정 일행은 동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오징어를 찾았다. 목표는 약 2.6km 떨어진 남구 문현동의 동천삼거리. 동천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남쪽으로 향했다.


동천 하류는 바다와 이어진다. 바닷물의 영향은 아닐까?

22일 만조 시각은 오전 10시 20분으로 알려졌다. 오전 10시 오징어 수색을 시작했다. 바닷물이 가장 높은 시간, 동천을 찾은 것이다.

동천은 하천 수질 정화를 위해 해수도수 사업이 몇 년째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바닷물을 펌프로 퍼서 미복개 구간 상류에서 하류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해수도수의 영향으로 동천이 오징어가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바뀐 것은 아닐까?

부산진구 관계자는 "2021년 5만t에서 하루 최대 20만t으로 해수도수 양을 늘렸다"고 말했다.


동천에 오징어는 왜 나타났을까? 혹시 지진의 전조는 아닐까?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지진 등 천재지변을 동물들이 감지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속설 중 하나다.

때마침 지난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동천에서 오징어가 발견된 지 10일 후에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13일 밤 제주 해역에서 참돔 2만 5000여 마리가 포획됐다. 부산공동어시장의 하루 참돔 위판량은 평균 1000마리 안팎으로 월평균 3만 마리의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는 "고등어 성어기에 참돔이 대량으로 잡혀 위판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동천에서 발견된 오징어도 본능적으로 지진을 감지하고 이상행동을 보인 것은 아닐까?


동천에 나타난 녀석은 어떤 종류일까?

주민들에게 발견된 오징어의 정확한 명칭은 '지느러미 오징어'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대왕 한치'라고도 불리지만 한치가 아니라 오징어다. 검붉은 색 등이 한치와 비슷해 그렇게 불릴 뿐이다. 최대 1m까지 자라며 겨울철 어선 그물에 걸리거나 해변으로 밀려와 낚시꾼들 손에 우연히 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희귀 어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영혜 연구관은 "바다 깊은 곳에 살다 산란기 12월 ~1월이 되면 기장 연안에서 조금씩 어획되는 종류"라며 "동천에서 발견된 개체는 다 큰 성체는 아니다"고 말했다. kg당 1만 5000원~1만 8000원 사이 거래되며 수율이 좋아 음식으로 활용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동천에 오징어라니? 주민들도 믿지 않았다.

영상 속 녀석의 모습은 길이 약 60cm. 몸통 전체에 달린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유유히 동천을 갈랐다. 해당 영상을 본 주민들은 하나같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천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매일 같이 동천을 산책하지만 오징어를 본 적 없다"고 "이게 오징어가 맞느냐, 해파리는 아니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동천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은 "동천에서 오징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동천에는 숭어, 피라미들은 많이 살지만 오징어는 살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결국 맹탐정 일행도 오징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바다와 가장 맞닿은 곳에 도착했지만 악취만 더 심해질 뿐, 결국 오징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건해결>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웠던 동천에서 오징어 찾기.

김 연구관은 "대조기, 그러니까 바닷물이 연안으로 가장 많이 접근하는 시기에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오징어가 밀물에 떠밀려 왔을 것"이라고 동천에 오징어가 나타난 이유를 추측했다. 해마다 태풍이 지나간 뒤나 파도가 세지는 겨울철이면 광안리나 송정, 임랑해변에서 대물 오징어가 목격되기도 한다.

비록 오징어는 찾지 못했지만, 동천의 매력을 알수 있었다. 문현 금융단지, 골동품거리 등 볼거리 많은 산책코스와 인근 조방낙지골목을 비롯한 부산의 로컬 맛집이 동천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져 있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동천은 말썽꾸러기로 전락한다. 수십 년간 계속된 수질 개선 사업에도 나아지지 않는 악취. 더불어 지난해엔 폭우로 하천이 물이 넘쳐 인근 주민들이 수해를 입기도 했다.

동천이 청계천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더욱 근본적인 동천유역 전체에 대한 생태하천 복원 계획이 수립되면 언젠간 ‘똥천’이란 불명예를 벗어던질 날도 오지 않을까? 제작=남형욱·이우영 기자, 정수원 PD, 이지민 에디터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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