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아파르트헤이트 투투 명예 대주교 전 세계 추모 물결
넬슨 만델라와 더불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철폐의 상징인 데스몬드 투투 성공회 명예 대주교가 26일(현지시간) 타계한 후 세계 곳곳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넬슨 만델라 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의 삶은 남아공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축복이었다”고 추모했다. 이날 남아공 크리켓 국가대표팀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인도와의 경기에서 검은 완장을 착용했다. 아랍 방송인 알자지라는 “그는 남아프리카의 마틴 루서 킹이었다. 그는 압제자들을 미워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사람들의 도덕적 양심에 호소하고 대화의 힘을 믿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크리켓팀 검은 완장 착용
성소수자 단체 등도 애도 ‘속속’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성 소수자 단체 등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반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투투 대주교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회의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에 단호히 맞섰고, 특히 성적인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강력히 반대하며 이들을 지지해왔다. 2007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만약 신이 동성애를 혐오한다면 그 신을 숭배하지 않겠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천국에 가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투 대주교의 딸도 2016년 동성과 결혼하며 남아공 사제 서품을 포기해야 했지만, 투투는 딸을 축복했다.
투투 명예 대주교는 1931년 요하네스버그 인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교사 생활을 하던 1953년 당시 백인 정권이 흑인과 백인의 교육 체계를 분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항의하며 사직했다. 1960년 성공회 성직자가 된 후 남아공과 영국을 오가며 생활했다. 1975년 귀국한 후 인종차별 철폐 투쟁에 앞장서며 비폭력을 주창했고 국제사회에도 남아공 백인 정권에 대한 제재를 호소했다. 1984년 노벨위원회는 그가 “명징한 시각과 두려움 없는 자세”를 가진 “모든 아프리카 자유 투사를 위한 단결의 상징”이라며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