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 공동 생활권’ 800만 주민들 삶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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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메가시티 원년, 어떻게 달라지나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준비돼 온 ‘부울경 특별지자체’(메가시티)가 올해 출범, 부산·울산·경남 시·도민들도 일상에서 하나된 부울경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특별지자체 청사가 어디에 들어설지 정해지고, 특별지자체를 이끌 단체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배치될 전망이다. 준비가 잘 이뤄지면 시·도민들이 행정 업무를 보려고 특별지자체 청사를 방문할 수도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만나기까지 부울경 시·도민은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과거 단발적 시도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부울경 협력 논의는 2009년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첫 결실을 맺었다. 이후 활발한 협력이 진행되며 광역교통실무협의회 구성(2018년), 상생발전협의회 발족(2019년), 광역관광본부 개소(2019년) 등을 거쳤다. 그리고 2020년 발전계획 공동 연구를 통해 한층 구체화됐다. 부울경의 협력 움직임에 정치권이 가세, 2019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울경 메가시티는 국가 제도적 틀 안으로 들어왔다. 이재형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 사무국장은 “부울경 특별지자체는 대한민국 최초의 초광역협력체로서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반드시 거듭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교통·수소경제권·문화 관광·의료…
7개 분야 54개 사무 우선 협력 진행
행정 통합 넘어 지역 문제 공동 해결
재난 대응·지역 혁신 등 통합 관리

부울경 메가시티는 ‘보텀-업’ 방식의 광역 시·도 결합 성격을 띤다. 특별지자체가 생긴다고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의 일을 모두 맡지는 않는다. 각 시·도가 합의해 협력할 경우 성과가 더 크게 나는 업무을 별도로 선정해 담당한다. 장기적으로는 협력 범위가 확대된다. 인위적 통합으로 탄생한 통합 행정기구가 모든 역할을 하는 ‘톱-다운’ 방식보다 갈등의 소지가 적다는 게 부울경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부울경 3개 시·도는 광역 철도·도로·대중교통, 수소경제권, 문화·관광체계, 지역혁신 플랫폼, 먹거리공동체, 보건·의료체계, 재난대응체계 등 7개 분야 54개 사무 93개 사업을 우선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전체 로드맵상 부울경 특별지자체는 이르면 2월, 늦어도 상반기 내 출범한다. 출범 전은 특별지자체가 수행할 업무를 조율하고 결정하는 시기다. 국내 첫 메가시티인 부울경 메가시티의 기틀이 이때 세워지는 셈이다. 명칭부터 정해야 한다.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은 이미 후보 명칭 10개를 선정해 시·도민 선호도 조사를 벌였고, 이 가운데 ‘부울경 메가시티’ ‘부울경광역특별시’ ‘동남권광역행정청’ 등이 높은 표를 받았다 단체장 선출, 의회 설치·구성, 공무원 배치 등도 정해진다. 단체장은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도지사가 순번제로 돌아가며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출범 후에는 시·도민들이 일상에서 메가시티 시민으로서 새로운 경험을 할 전망이다. 예를 들면 닥터헬기 공동 운영 같은 일이다. 경남의 닥터헬기가 서부 경남에 출동해 있을 경우 부산의 닥터헬기가 동부 경남에서 발생한 환자를 이송한다든가 하는 협력이다. 오염 사고가 났을 경우 대기질 조사도 그동안 각 광역지자체 내부에서 진행했다면 앞으로는 광역 경계를 넘어 진행하는 식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기가 지역 경계 따라 오염되지 않지 않느냐”며 “특별지자체 단위에서 처리하면 더 효과적인 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메가시티로 향하는 길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 당장은 3개 시·도민을 설득하고, 각 지역의 이해관계도 넘어서야 한다. 최우용 동아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장)는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가 사무와 예산까지 이양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 같은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행정기구 통합을 넘어 지방대 위기 등 부울경의 핵심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수준까지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정부는 부울경 특별지자체 구성을 위한 예산만 편성했을 뿐 구체적인 광역 계획이나 예산 등은 갖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초의수 신라대 교수는 “부울경 특별지자체 출범은 과거보다 진전된 단계이며 마스터플랜이나 어젠다 설정도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메가 리전은 별도 기구 설치나 시스템 통합에 머무르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각 지역을 기능적이고 유연하게 묶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역시 지역과 정부가 함께 장기적 플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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