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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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신문사들이 해마다 실시하는 문학 공모전이다. 이 제도를 운용하는 신문사들의 대다수는 늦가을에 공모 시작을 알리는 공고를 내고, 12월 초까지 원고를 접수한다. 이후 심사를 통해 장르별 당선자를 결정한다. 새해 첫 신문에 당선작과 당선인의 소감, 심사평을 공개하는 것으로 신춘문예 일정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도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단편소설, 시, 시조, 동화, 희곡, 평론 등 6개 부문 당선자를 확정했다. 그런데 올해 의 신춘문예 응모작은 지난해에 비해 50%가량 늘어났다. 응모 급증 현상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이 그동안 잠들어 있던 문학지망생들의 열정을 다시 깨운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신춘문예는 다소 기이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등단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1912년 의 현상모집이 신춘문예의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신춘문예를 운용하는 신문사들이 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신춘문예 당선은 작가로서의 자격을 공식적으로 획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문학계나 출판계엔 이런 절차가 없다. 최근엔 한국에서도 공모전 당선은 작품활동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공모전을 거치지 않고도 SNS와 웹 등 다양한 공간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춘문예의 또 다른 기이함은 단 한 명의 당선자만 뽑는다는 것이다. 2등, 3등이 없다. 의 경우도 올해 시 부문에 506명이 응모했지만 505명은 낙선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이 자체가 신춘문예의 최고 매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문단의 샛별로 데뷔하는 것은 모든 문학지망생들의 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춘문예는 열병, 불치병을 넘어 이룰 수 없는 열정적인 첫사랑과 비슷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너무 뜨거워 볼까지 발갛게 익어 가지만 더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는, 어쩌면 죽음도 두렵지 않을 만큼 강렬하고 묘한 그런 대상일 것이다.

신춘문예는 아이러니함을 내포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신춘문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열정을 안겨 주었던가. 글을 쓴다는 것의 효용가치를 따져 볼 때 낙선조차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더욱이 반지성주의가 판치는 요즘, 신춘문예에 응모된 한 점 한 점의 작품은 그 자체로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자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영철 문화부장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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