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제주 땅·흙 어루만져 제주 풍경 빚어
나는 제주 건축가다/김형훈 외
건축은 환경을 반영한다. 한반도와 지중해 집의 구조가 같을 수 없다. 발길이 닿은 어느 곳에 짐을 부려 놓고 몸을 뉘는 보금자리가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각 지역에서 나는 건축자재도 건물 모양을 만든다.
좁다고는 하나 한반도 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역마다 땅과 강, 햇살과 바람이 다르니 가옥 구조도 달랐다. 하지만 지형과 기후를 무시한 건축물이 이런 구분을 무디게 한다. 우리는 그것을 아파트나 빌라 따위로 부른다. 이것이 자기를 어느 지역의 건축가라고 부르기를 꺼리는 이유가 된다.
그 속에서 는 유독 눈길을 끈다. ‘제주 현상과 제주 건축의 미래’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그 지역의 독특한 지역성을 담고 있다. 몰개성 시대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건축 전문 기자가 제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19명의 젊은 건축가를 인터뷰했다. 그는 제주와 깊은 인연을 지닌 이들을 만났다. 우리가 만나는 여러 제주 풍경이 그들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디자인이 잘된 건축을 기술적으로 소개하거나 설계 비법을 담고 있지는 않다. 거세게 부는 바람과 숨구멍이 있는 현무암, 그리고 고샅길인 올레라는 제주 만의 지역성은 육지와 확연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건축가들의 목소리는 흥미롭다. 63가지나 되는 제주 흙을 이용해 보고 싶다는 말에서 고민의 지점을 엿볼 수 있다. 어떤 마음으로 제주의 땅을 어루만지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김형훈+19인의 건축가 지음/나무발전소/272쪽/1만 6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