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월드 클래스] 문자의 옥(獄)
국제팀장
한국에 사는 사람 그 누구도 중국의 ‘통치 방식’이 한국 국민에게까지 와 닿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자 또한 그랬다.
이달 초 중국 주부산총영사관은 에 실린 ‘대만 총영사’의 기고를 삭제해 달라며 부산일보를 항의방문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이 국가가 아님에도 총영사라고 밝힌 것은 직함을 사칭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기고문의 내용은 ‘기후변화’에 관한 것으로, 정치 쟁점화할 내용은 아니었다. 당시 총영사관측은 국가간 한·중 수교를 맺었으니 부산일보도 당연히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요구를 따랐던 모 시청, 모 항공사, 모 은행의 예를 들며.
는 정부기관도,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도 아닌 ‘언론’이다, 언론사의 보도 방향은 국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며 그 독립성은 침해받을 수 없다는 취지를 설명한 뒤 돌려보냈다. 적어도 ‘외교관’이라면 그 취지를 이해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얼마 후 중국총영사관은 기자에게 “어떻게 보도할지는 그쪽의 자유랄 수 있지만 기사 중에 명백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느껴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문의 항의문자를 연달아 보냈다. 지난 24일자 ‘민주화의 상징 ‘수치의 기둥’ 철거…홍콩 민주주의 흔적 사라진다’ 기사 때문이었다. 기사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리는 ‘수치의 기둥’ 조각상이 홍콩국가보안법 때문에 홍콩대에서 기습철거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교관이 어떤 언론관을 가지면, 남의 나라 언론사 논조에까지 개입하려 들까를 고민하던 찰나, 마침 기사 하나가 떴다. 29일 홍콩기자협회장을 비롯해 홍콩 민주진영 매체 입장신문의 전현직 간부 10명이 홍콩경찰에 의해 체포됐으며, 이날 오후 입장신문도 폐간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은 선동적인 출판물 출간을 모의한 혐의가 적용됐다.
기자에게 온 항의문자에 담겼던 일부 내용이 ‘선동적인 출판물 출간’의 의미는 아니었길 바란다.
중국은 세계 지도자 국가를 꿈꾸는 나라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로의 백신 기부 사례 등에서 보듯 이미 상당 부분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관이라면 ‘존경받는’ 국가 대열에까지 올라가긴 힘들다.
6월 빈과일보가 폐간되고 3일 후 입장신문은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도 중단했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에서 글로 황제나 체제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필자를 처벌한 숙청 방식으로, 지식인에 대한 탄압을 의미한다. 중국이 ‘문자의 옥’ 망령까지 타국에 ‘기부’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