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신사, 5G ‘초고속’만 외치고 ‘지연율 개선’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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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를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혁신 성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선보인 5G 원격제어 건설자동화 장비. LG유플러스 제공

정부와 통신사들이 ‘5G 품질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5G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혁신 성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산업적 활용을 위해 중요한 ‘지연율(지연시간)’ 개선이 늦어지면서 5G 통신을 이용한 자율주행 등 핵심 서비스의 확산은 앞으로 수년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9년 KT 황창규 회장은 “많은 사람이 5G의 속도를 중요하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지연율”이라며 “끊김 없이 제공되는 안정적 인터넷 덕분에 자율주행차나 원격수술 같은 서비스들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통신사가 주장했던 것처럼 5G가 LTE의 10분의 1 수준에서 지연율을 유지하면 5G를 이용한 자율주행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3사 평균 지연시간 18.61ms
목표치 10ms 미만 한참 미달
핵심 서비스 확산도 늦어질 듯

지연율로 표현되는 통신 서비스의 지연 시간은 LTE-A에서 최소 10ms(100분의 1초)지만 5G는 이론상 1ms(1000분의 1초)까지 줄일 수 있다. 지연시간이 10ms일 경우, 시속 100㎞로 달리는 차량은 지연 시간에 의해 28㎝가량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연시간이 1ms로 줄어들면 통신 시간 지연에 의한 사고 확률은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통신사와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통신망의 지연시간을 10ms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웨덴 통신기업 에릭슨은 올해 10월 자율주행버스 시연 행사에서 5G 네트워크를 속도 1Gbps 이상, 지연시간 10ms 미만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재 통신 3사 5G 서비스의 평균 지연시간은 18.61ms로 여전히 10ms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LTE 지연시간이 33.18ms로 측정된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 5G의 지연시간은 LTE의 10분의 1이 아닌 2분의 1 수준이다.

5G 지연시간의 더딘 개선은 통신사들의 단독모드(SA) 전환과도 관계가 있다. 5G 지연시간은 LTE와 통신망을 공유하지 않는 SA에서 더 좋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통신사들은 KT를 제외하고 LTE를 함께 사용하는 비단독모드(NSA)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통신 품질 평가에서도 KT의 SA모드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며 SA모드를 제외해서다. 자율주행 업계에선 NSA에서 5G 통신망은 LTE의 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어 자율주행 통신망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A 전환이 늦어지면서 자율주행이나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네트워크 슬라이싱 서비스도 늦어지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통신망을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각 서비스에 ‘맞춤형 통신망’을 제공하는 5G 핵심 기술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이용하면 자율주행이나 산업용 로봇 등에 1000분의 1초 수준의 초저지연 연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기술 표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국내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아직 기술 표준이 확정되지 않아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단계”라며 “2023년께 표준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9년 4월 ‘5G+ 전략 발표회’에서 5G 서비스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 전송하고(초고속), 실시간으로(초저지연) 모든 것을 연결하는(초연결) 5G 이동통신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5G는 4G 마케팅의 ‘한계’에 다다른 통신사들에게 새 수익 모델을 제공했을 뿐 산업 전반에 ‘성장동력’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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