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코리아 원팀’으로 물류난 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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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박건조금융법연구회장

새해가 밝았다. 해운물류 산업이 2022년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물류 대란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이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으로 인한 공급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된 기억이 생생하다. 중국에서 구입한 요소수를 우리나라에 가지고 와야 한다. 그 이동은 바로 물류산업이 담당한다. 선박을 이용한 해운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런데 정시성이 생명인 컨테이너 선박의 정시율이 20%대로 떨어졌다. 미국 LA 항구에 100여 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대기 중이라고 한다. 부산에서 미국 서부항으로 가는 컨테이너 박스(40피트) 하나의 운임이 1만 달러로 무려 10배나 올랐다. 수출자들은 선적할 배를 구할 수 없어서 야단이다.

지난해 요소수 품귀로 국민 고통
올해도 물류 대란 당면 과제로
장기 운송 계약 체결 적기 맞아
살아난 해운조선 동반자 키워야

세계적으로 해운산업 특히 정기선 사업은 유례없는 호황이다. 전 세계의 원양 정기선사들은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해운기업의 호황 뒤에 숨은 그림자를 보아야 한다. 해운기업의 호황이 물동량의 증가와 경영의 혁신, 법제도의 개선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내륙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여 선박을 항구에 대기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컨테이너 선박과 박스 전체 공급량의 15%가 감소한 결과가 되었다. 이 사태는 언젠가 풀리게 되어 있다. 풀린 공급량이 시장에 다시 돌아오면 공급이 초과해 운임은 급락하게 될 것이다. 머스크 등과 같은 세계적 정기선사들은 남아도는 수익금으로 항공기를 대량으로 구입하면서 항공화물업에 진출했다. 수출입 물동량의 상당수가 현재 해운에서 항공으로 이동 중이다. 신선 화물은 정시 도착이 중요하니 항공편을 이용한다. 장차 해운 이용 물동량은 줄어들고 항공 이용 물동량은 늘어날 것에 이들은 대비하고 있다.

높은 해상운임은 수출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물류비의 상승으로 수출기업들은 무척이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국 국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다양한 대책을 정기선사들이나 해운인들이 찾아내야 한다. 우리 원양 정기선사들이 임시 선박을 투입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정기선과 달리 정기선은 운송인이 일정을 미리 공표하고 운송물을 실어 줄 것을 약속한다. 이 물류 대란의 사태를 적극적으로 풀어 나갈 책무는 화주가 아니라 운송인 측에 있다. 더 적극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나서야 한다. LA 항구에 100여 척의 컨테이너 선박이 대기하고 있지만, 미국 북서부인 콜롬비아강의 포틀랜드는 적체가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많은 선박을 미국 북서부로 보내도록 해 보자.

장기 운송 계약은 1년 단위로 운송인은 선박 제공을, 화주는 화물 제공을 약속한다. 운임은 할인된 가격이다. 안정적 운송으로 물류 대란을 피할 좋은 수단이다. 운임이 장차 폭락할 가능성이 있어 정기선사들은 조금 낮은 운임으로 장기운송 계약을 체결하려 할 것이다. 화주로서도 지금이 장기의 운송 계약을 체결할 적기이다. 일본은 미주 화물의 70%가 장기 운송 계약임에 반하여 우리는 20% 수준이다. 중소형 화주들이 화물량을 모아서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어 가자. 컨테이너 터미널을 소유·운영하면 정시성을 더 지킬 수 있다. 우리 정기선사들은 미국이나 우리나라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많이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2000년대 세계 최고가 된 우리나라 조선업은 2010년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해 큰 적자를 보았다. 2021년 다시 찾아온 해운의 호황에 힘입어 수주가 늘어나고 조선업은 회복세가 완연하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시행하는 환경규제 덕분에 선박의 기관들을 교체하는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 엔진 기술력을 가진 우리 조선업은 LNG, 암모니아, 수소 등으로 선박추진용 연료를 바꾸는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탄탄대로이다. 더구나 2030년에는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로 건조 수요가 폭증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의 지위는 더 확고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떠나갔던 조선업 근로자들을 어떻게 다시 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조선소가 우리 선박에 대한 지분투자로 내수를 확보하면 좋겠다.

2022년 해운과 조선 산업은 활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들 산업의 동반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육지를 밟지 못하는 선원들, 여객선사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외국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선택에서 밀려 있는 한국선급협회,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해상변호사들을 장려정책을 통해 키워야 한다. 호황기에 있는 해운물류조선산업은 다른 동반자들을 보살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원팀을 구성해 국제경쟁력을 가지면서 함께 잘살아 보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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