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받힌다고 뻥 뚫리나… ‘마트 주차장’ 불안감 확산
부산의 한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택시가 외벽을 뚫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차장 내부 완충 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 주차장법 개정 이전에 허가를 받은 건물에서는 언제든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현행 기준에 맞는 안전점검과 사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오후 1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주차장 4층. 차량 출구 경사로로 내려가기 직전 지점의 정면 벽면에는 철제 난간 외에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는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이 정면으로 충격하면 벽을 뚫고 그대로 추락할 수 있는 구조다.
연제구 대형마트 5층 주차장
택시 외벽 뚫고 도로 추락사고
추락방지시설 의무화 전 지은 탓
철제 난간 외 안전장치 전무
전문가 “모든 구간 충격 가능
방지턱 등 설치 필요” 지적
앞서 지난달 30일 같은 주차장 5층에서는 택시가 같은 지점의 외벽을 뚫고 18m 높이에서 추락해 인근 도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가 숨지고 7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인근 상인 김 모(45) 씨는 “대형마트 주차장 벽이 이 정도 충격도 막지 못하면 불안해서 어떻게 다니겠느냐”고 말했다.
현행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2층 이상의 건축물식 주차장 등에는 2t 차량이 시속 20km의 주행속도로 정면충돌하는 경우에 견딜 수 있는 강도의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 차량이 벽을 뚫고 추락하는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개정법령은 2010년 2월에 시행됐고, 연제구청에 따르면 해당 마트는 2009년 12월에 건축허가를 받았다. 개정법 적용 전에 허가를 받은 탓에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빠뜨려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주차장의 미비한 완충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마트 주차장의 경우 기둥은 콘크리트로 돼 있으나, 벽면 내부는 시멘트 블록, 외부 마감은 시멘트 패널로 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철골구조를 가리기 위한 것일 뿐, 이번 사고와 같은 정면 충격을 방지할 수 없다.
부산대 건설융합학부 유재우 교수는 “대형마트 주차장은 대부분 정면 충격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아, 충격 가능성이 큰 기둥과 경사로 등을 제외하면 콘크리트 처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차장 내 모든 구간에서 차량이 충격할 수 있는 만큼 최소 1.2m 이상 난간이나 방지턱 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추락방지시설 설치 기준이 모호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 시행규칙을 보면 추락방지시설 설치는 의무화됐지만 설치 위치는 ‘경사로 외벽면 등 차량 오작동으로 인한 추락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정한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 지점의 경우 개정 법상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지점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실제로 법 개정 이후인 2012년에도 부산진구 가야동의 한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외벽을 뚫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제구청 조태호 건축계장은 “현행법을 적용하더라도 이번 사고지점이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구간인지는 조사해봐야 한다”며 “조사 이후 해당 건물에 안전조치 강화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현재 운전미숙 또는 운전실수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주차장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주차장 1층에서부터 급발진을 하거나 차량 내부에서 다른 조작 키를 만지는 등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아, 급발진과 차량 결함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글·사진=변은샘·나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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