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시 문화기관 대표 선임을 앞두고
오금아 문화부 부장
지난해 말 지역의 한 문화기관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시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해당 기관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기관장 갑질’을 언급하는 글을 올리면서 부산시가 진상 조사에 나서는 등 파장이 일었다. 해당 기관장은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해당 글은 작성자 본인의 요청에 의해 삭제되었지만 시는 조사와 별개로 조직 전체 분위기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언론도 관심을 두고 이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문화기관 대표 자리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문화예술기관 이끌 새 수장에 큰 관심
현장 바탕 전문성으로 큰 그림 그리고
소통하면서 발전적으로 조직 이끌어야
당면 현안으로는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의 대표 선임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초 부산문화회관을 시작으로 3개 기관이 대표이사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모집 결과 부산문화재단 9명, 부산문화회관 16명, 영화의전당 4명이 응모지원서를 제출했다.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거쳐 각 기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 명단을 시에 보냈고, 시장의 최종 결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임되는 새 대표의 임기는 2+1년. 최장 3년 동안 해당 기관의 운영키를 쥐게 된다.
이번 공모 발표 이전부터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견인할 기관의 차기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누가 낸다고 하더라, 누구는 안 낸다고 하더라, 그 사람은 당연히 내지 않겠느냐 등 공모에 참여할 사람이 몇 명인지, 서류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도 전화를 많이 받았다. 어느 기관에 누구누구가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더라, 누구는 과거에 근무했던 기관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 누가 유력하다고 하는데 걱정이 된다 등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문화기관의 운영 방향을 좌우하는 자리인 만큼 노조가 성명서를 내거나 후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부산문화재단 노조는 신임 대표 선임에 즈음해 ‘부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께 드리는 제언’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12년 역사의 문화재단이 당면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혁신을 이끌 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재단은 직제 개편, 임금인상, 인력 확충 등 숙원 과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정체된 조직을 바꾸고 안팎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표를 원한다고 했다. 문화재단은 예술창작활동 지원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만큼 예술계도 새 대표가 기초예술 진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문화회관은 노사 갈등으로 오랫동안 내홍을 겪었다. 현재 문화회관은 이용관 전 대표이사가 직위해제 된 뒤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회관 노조는 직원과 소통하면서 장기적으로 부산시 전체 문화 발전을 이룰 새 대표를 원했다. 노조는 예산 운용이나 코로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표 공석이 더 이상 길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낸 직원들의 입장에서 ‘개인의 성과’를 위해 일을 벌이는 사람보다는 조직을 추스르면서 새 틀을 짤 대표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향후 부산국제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가 새로 문을 열게 되었을 때 문화회관이 어떤 위치를 가져야 하고, 그에 맞춰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대표가 필요하다.
부산시 문화기관 대표에는 어떤 사람이 적합할까? 문화예술 관련 전문성은 당연히 필요하다. 대신 현장을 아는 전문성이어야 한다. 현업 종사자들은 ‘글로 배운 전문성이나 화려한 스펙으로만 치장된 전문성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조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표는 개인의 성과를 내는 자리가 아니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설정한 목표를 향해 조직원을 설득하고 독려하면서 함께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왜 안 되느냐’고 탓할 것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안되는 이유에 귀를 기울이고 ‘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될까’를 묻는 사람이어야 한다.
소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회의를 열어도 대표만 말을 한다면 그건 소통이 아니다. ‘내가 현장을 아는데’ ‘이전에는 됐는데’ ‘당신들은 몰라’라며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지금 이곳의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담당 직원이다. 한 문화기관의 중간 간부는 “내가 한마디를 하는 순간 회의가 산으로 가는데, 대표의 한마디면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지역 문화예술을 키우는 대표여야 한다. 그들이 운영할 곳은 다름 아닌 부산의 문화기관이다. 부산시 문화기관의 차기 대표로 지역의 문화예술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하면서 조직을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선임되기를 바란다.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