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선대위 전면 재구성” 발언에 지도부 줄사퇴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 급락으로 비상이 걸린 국민의힘이 결국 선대위의 전면적 재구성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고위직은 3일 윤 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원내 지도부도 "쇄신에 앞장서겠다"며 선대위직과 당직을 일괄 사퇴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선대위 개편 등에 대한 장고에 들어갔다.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로 촉발된 2차 당 내홍이 분수령을 맞았다.
“선거운동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잇단 쇄신 요구에 원내 지도부 총대
김종인·김기현 등 자진 사퇴 의사
윤석열, 모든 일정 중단 후 ‘숙고’
선대위 쇄신론은 이 대표의 '전면 개편'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온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꺼내들었다. 최근 지지율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 정서에 따르는 측면에서 선대위의 전면 개편을 단행하겠다"며 6명의 총괄본부장 일괄사퇴를 비롯한 선대위 구조조정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오후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선거운동을 도저히 이렇게 갈 수는 없다"며 "윤 후보에게 '내가 비서실장 노릇을 하겠다.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다고 해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며 최근 잇단 설화를 겪은 윤 후보 스스로의 변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고조되는 쇄신 요구에 선대위 내부보다는 원내 지도부가 먼저 총대를 멨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최근 우리 당 상황에 대해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수없이 많은 분들의 문자와 전화와 항의를 들었을 것"이라며 "남 탓할 일 아니고 내 탓이라 생각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국민이 정권교체를 명령했는데 내부 문제로 국민의 명령을 어기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도 사퇴에 동참했다.
여기에 영입 당시부터 당내 논란이 분분했던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도 이날 "정권 교체를 위한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며 자진사퇴했고, 이에 김한길 위원장마저 "책임을 통감한다"며 윤 후보에게 사의를 표했다. 다만 신 부위원장은 자신의 영입을 줄곧 비판해온 이준석 대표를 향해 "그동안 뭘 했나. 최고위원의 반발에 자리를 뛰쳐나가고, 성상납 논란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지 않느냐"며 동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내 쇄신 요구가 분출하면서 결국 김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 등도 오후 5시가 넘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날 오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그는 전날 김 위원장과 두 차례 만나 쇄신안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윤 후보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일괄 사의를 수용한 뒤 김 위원장의 쇄신 구상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지만, 선대위 내부 반발도 감지되고 있어 세부안을 놓고는 진통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선대위 쇄신이 가시화하면서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