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불 꺼진 행정복지센터… 일부 시민 ‘허탕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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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오후 1시 휴무제 첫날

3일 낮 12시 20분께 부산 중구 부평동 행정복지센터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하러온 권영서(62) 씨는 센터 문이 닫힌 것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권 씨는 발걸음을 돌리며 “불이 꺼져 있어서 순간 평일이 아닌가 착각했다”며 “점심시간 휴무제를 하더라도 직원 1명 정도는 남아 급한 사람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무원이 민원인 응대를 하지 않는 ‘점심시간 휴무제’가 3일 부산 일부 지역에서 첫 시행됐다.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무인민원발급기가 없는 행정복지센터가 많아 크고 작은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기장군·중·동래·사하구 등 시행
무인민원발급기 없는 곳도 28곳
제도 홍보 불구 불편 토로도
전공노 “한 달 지나면 정착될 것”

점심시간 휴무제는 기장군, 중·동래·사하·사상·서·해운대구청을 포함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44곳에서 이날 시작됐다. 기장군청과 중구청은 구·군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전체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했다. 동래구와 사하구는 행정복지센터에서 먼저, 사상·서·해운대구청은 구청 먼저 휴무제에 들어갔다. 나머지 구청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거나, 도입 시기와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날 휴무제를 시작한 부평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낮 12시가 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점심시간 휴무제를 알리는 입간판을 정문 앞에 세운 뒤 문을 걸어잠갔다. 이어 소등하고 뒷문으로 나와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하군호 부평동장은 “요즘 대부분 민원 서류는 온라인으로 발급할 수 있고, 휴무제 홍보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허탕을 쳐야만 했다. 주민등록, 토지, 차량, 건강보험 등 민원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가 이날 휴무제를 개시한 44개 행정복지센터 중 28곳에 구비되지 않은 탓이다.

중구청은 행정복지센터 9곳 중 인근에 금융기관이 밀집한 중앙동 1곳에만, 기장군은 기장읍과 정관읍 센터에만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했다. 사하구의 경우 이날 휴무제를 실시한 5개 동(괴정3, 하단1, 장림1, 다대1, 감천2) 센터 모두 발급기가 없다. 동래구도 안락2동을 제외한 나머지 센터에는 발급기가 없다. 부산진구는 이날 휴무제를 개시한 12곳 중 개금2동을 제외한 11곳에 발급기를 갖췄다.

중구청 관계자는 “중부산세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중부지사 앞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우선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하고 있고, 올해 1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동래구청 관계자도 “동별 수요 조사를 통해 추가로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공무원 휴무 시간 동안 기간제 근로자가 현장에 남아 민원인의 무인민원발급기 사용 등을 돕는 모습도 펼쳐졌다. 기간제 근로자는 휴무 대상인 민원 창구 근무가 아니라 방문객 안내가 본 업무라는 게 구청 측 설명이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도 안내 뒤에는 역시 1시간 점심시간을 갖는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박중배 본부장은 “확인해보니 민원인들도 큰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고, 한 달 정도 안내하면 제도가 정착될 것”이라며 “앞으로 무인민원발급기를 추가로 설치하거나 민원예약제를 도입해 불편한 점을 개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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