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 벡스코’보다 제3전시장… 부산시 동서균형발전은 빈말?
시, 제3전시장 하반기 설계 시작
덩치 더 키워 경쟁력 갖출 목적
면적 좁아 대형 행사 유치 미지수
교통체증 심화·주차대란 우려도
강서에 제2벡스코 부지 확보 불구
건립 미뤄 시 ‘균형발전’ 의지 의문
부산시가 해운대구 벡스코 전시장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제3전시장을 벡스코 야외주차장에 짓기로 하면서 서부산권에 계획한 이른바 ‘제2벡스코’ 건립이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부산시는 강서구 대저동 연구개발특구에 지금의 벡스코보다 넓은 제2벡스코 부지까지 마련해 놓고도 가뜩이나 혼잡한 해운대구에 또 전시컨벤션시설을 몰아줘 서부산권 균형개발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7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벡스코 제3전시장 실시설계 비용 83억 원을 확보한 뒤 올 하반기에 설계를 시작한다. 현재 시가 계획 중인 제3전시장 부지는 벡스코 제1전시장 야외 주차장(2만 4000㎡)으로 전시장 건물은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건축될 예정이다. 시는 내년에 제3전시장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2024년에 첫 삽을 떠 2026년께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과정에 2000억 원 가까운 시비가 투입된다.
시가 벡스코 야외 주차장에 제3전시장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전시공간 확대를 위해서다. 수도권의 코엑스와 킨텍스도 시설 확충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벡스코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전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더 키워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윤일 시 경제부시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행사가 많아졌음에도 전시장이 부족한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면서 “게임축제 ‘지스타’를 주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도 제3전시장 건립을 요청할 정도다. 제3전시장 건립을 서두르지 않으면 지스타 같은 굵직한 행사를 다른 도시에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강서구 대저동 연구개발특구에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한 부지(26만㎡)까지 마련해 놓고도 당장 급하다는 이유로 해운대구에 추가 전시장을 건립하려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이 높다. 말로만 ‘동서 균형발전’을 외치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애초 시는 2017년 72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한 뒤 연구개발특구에 2023년까지 제2벡스코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장소를 북항 재개발지구로 변경한 이후 시가 북항에도 전시컨벤션시설 건립을 저울질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2019년 서부산권 제2벡스코 건립을 장기 과제로 미루는 결정을 내렸다. 서부산권에서는 시가 해운대구에 제3전시장마저 몰아준다면 제2벡스코 건립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벡스코 야외 주차장 내 제3전시장 건립이 늘어나는 전시수요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전시컨벤션업계는 대형 행사를 유치하려면 최소한 전시면적이 10만㎡는 돼야 한다고 본다. 제3전시장 전시실 면적은 1만 7672㎡, 회의실 면적은 5632㎡로 계획됐다. 제3전시장에다 현재 해운대에 있는 제1·2전시장 전시면적을 합쳐도 7만㎡에 불과하다. 반면 대저동 연구개발특구에 계획된 전시면적은 9만 1000㎡에 이른다.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해운대구에선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야외 주차장 내 최고 층수 80층의 체류형 복합시설 등 대규모 개발이 이어질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벡스코 야외 주차장에 제3전시장이 추가된다면 교통체증, 주차난 심화 등으로 오히려 벡스코의 경쟁력이 추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밖에도 시가 2019년 9월 용역을 통해 제3전시장 건립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제2전시장 옆 올림픽공원을 지목했다가, 야외 주차장으로 방향을 튼 것에 대해서도 용역비 8000만 원을 날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기태 부산 강서구청장은 “시는 당초 계획대로 대저동 연구개발특구단지 내에 서부산 제2벡스코를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며 “시는 정부의 수도권 편향 개발은 비난하면서 정작 지역 내에서는 동서 균형개발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