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음이 모이면 큰 힘이 되죠… 숨 거둘 때까지 봉사할 것”
[우리 곁의 시민영웅들] ‘조금씩나눔봉사단’ 정정국 씨·‘미소원’ 장유정 이사장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덮친 지 약 2년. 비대면 활동이 주를 이루고 강력한 방역 지침이 전국에 적용되면서 사회 구성원들은 더욱 단절됐다. 모두가 어려움이 커진 상황 속 어려운 이웃을 지킨 이웃이 있었기에 복지 사각지대는 조금씩 밝혀졌다. 생업을 뒤로하고 이웃부터 지킨, 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헌신한 ‘시민영웅’이 그 주인공이다.
‘부산 동구 슈퍼맨’ 정 씨
하루 100원 후원 모아 이웃돕기
행안부 ‘동네 영웅’ 선정
‘자봉대상 총리상’ 장 씨
취약계층 찾아 ‘집밥’ 배달 정성
생일상도 차려 주며 위로
“새해에는 많은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삶을 누리길 바랍니다.” 2022년 새해를 코앞에 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께. 부산 동구 범일동 산복도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정정국(52) 씨가 한 말이다. ‘동구 슈퍼맨’으로 통하는 정 씨는 약 5년 전 범일동 산복도로에 ‘조금씩나눔봉사단’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그에게 더 가치 있는 삶은 봉사를 뜻한다. 이는 지난 20년간 정 씨가 이웃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에게도 봉사를 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정 씨는 “상황은 더 힘들어졌지만 ‘이웃망’은 더욱 돈독해졌다”고 강조했다. 현재 봉사단 후원자는 약 60명이다. 이들 개인의 월 후원금액은 3000원으로 하루 100원인 셈이다. 다들 넉넉하지 않은 상황 탓에 후원금액을 낮게 잡은 것이다. 후원금액이 많지 않지만, 한 달에 봉사단으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주민은 50명이 넘는다. 후원금에 더해 식당, 닭집 등을 운영하는 이웃 주민들이 틈틈이 도와주기 때문이다.
봉사를 하면서 뼈아픈 일도 많았다. 정 씨가 반찬 등을 챙겨 드리던 노인이 일주일 만에 숨을 거뒀을 때다. 정 씨는 “일주일 전 음식을 드리면서 대화를 했던 어르신인데 그 다음 주에 찾아가니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결국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며 “코로나 상황 속 복지 사각지대는 더욱더 많을 수밖에 없다.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어려운 이웃을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 이런 그의 노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행정안전부는 그를 부산의 ‘우리 동네 영웅’으로 선정했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밥상을 차리다가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시민영웅도 있다. 사단법인 미소원 장유정(65)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밥상을 차리다가 부끄럽게도 상을 받았다”고 손사래를 치는 장 이사장은 봉사단체 ‘미소원’을 지난 10년간 운영해 온 베테랑 봉사자다. 2011년 설립된 미소원은 어느새 후원자 1000명이 넘어가는 중견 봉사단체로 발전했다.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 이사장은 ‘외로운 사람들’에 집중했다. 기존 복지 프로그램을 이어가면서도 홀로 사는 취약계층, 장애인 등 혼자 있는 환우 등에게 반찬 등을 잊지 않고 꾸준히 제공했다. 코로나19로 면회와 만남이 어려워지자 직접 배달은 물론 택배를 이용하기도 했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제대로 된 집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미소원은 매월 첫째 주마다 가족이 없는 취약계층 혹은 장애인들을 위한 생일 상차림 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제15회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장 이사장은 “상보다는 어려운 이들을 위한 밥상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상황도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숨을 거둘 때까지 봉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