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늪’ 부산 호텔가 ‘콘텐츠 마케팅’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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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특급호텔 살 길은 인기 콘텐츠!”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습격으로 사실상 연말연시 특수가 증발한 가운데 부산 해운대 호텔가가 ‘콘텐츠 호텔’로 변신하고 있다.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자 ‘호캉스’ 자체에 집중하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몸부림이다.

웨스틴조선 부산이 지난해 11월부터 고전 애니메이션 ‘빨간머리 앤’을 테마로 프로모션을 시작한 데 이어 파라다이스 부산도 이달부터 인기 토끼 캐릭터인 ‘미피’와 브랜드 협업을 시작한다. 둘 다 에이전시를 통해 비싼 로열티까지 지불하며 귀하게 모셔온 콘텐츠다.

오미크론으로 연말연시 특수 실종
웨스틴조선·파라다이스 부산 등
‘빨강머리 앤’ ‘미피’ 프로덕션
대형 연회 대신 호캉스족 초점

고전 애니메이션인 ‘빨강머리 앤’은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세대에 큰 공감을 얻었다. 이에 착안해 웨스틴조선 부산은 내달 말까지 ‘빨간머리 앤’의 콘텐츠로 ‘디어 마이 앤 (Dear My Anne)’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패키지 객실 이용시 애니메이션 명대사를 담은 한정판 다이어리와 찻잔 세트를 제공하고, 호텔 내 제과점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케이크까지 재현해 선보이는 식이다.

파라다이스 부산의 ‘미피’ 프로모션도 유사한 브랜드 협업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딕 브루너가 선보인 토끼 캐릭터 ‘미피’를 데려와 오는 7일부터 3월 말까지 신관 지하 1층에 위치한 키즈 빌리지 내 체험존을 꾸몄다.

특급호텔마다 이처럼 불경기 속에서도 로열티까지 지불해가며 콘텐츠 모셔오기에 열을 올리는 건 연말연시 매출 비중이 높았던 신년회 등 대형 연회가 실종된 탓이다. 자취를 감춘 비즈니스 고객을 쫓느니 차라리 호텔 내로 인기 콘텐츠를 끌어들여 ‘호캉스’ 고객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웨스틴조선 부산 측은 “평년 같으면 이맘 때 신년회 등에 참석하는 비즈니스 고객과 방학을 맞아 여행을 온 패밀리 고객 비율이 5대 5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비즈니스 고객이 실종된 상태”라며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콘텐츠와 한정판 굿즈로 이들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쪽으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빨간머리앤 찻잔세트가 제공되는 패키지 객실은 프로모션 2달만에 완판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해운대 호텔가는 겨울방학 시즌 브랜드 협업의 성과를 지켜본 뒤 추가적으로 여름을 대비해서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또다른 콘텐츠 도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파라다이스 부산 관계자는 “각종 캐릭터 행사가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부산에서 이런 이벤트를 만나기 어려운 점에 착안해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포스트 코로나까지 특급 호텔의 자존심도 지키고 호캉스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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