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미접종 식당 가이드’ 등장… ‘좌표찍기’ 혼란 가중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인 ‘백신패스’에 유효기간까지 적용되면서 급기야 미접종자 출입을 제한하는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 ‘미접종 식당 가이드’까지 등장했다. 백신 미접종자 1인에 대한 식당의 친절, 거부 현황 정보를 누리꾼이 직접 사이트에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식당 상호명과 위치가 지도에 그대로 노출되는 데다 누구든 제한 없이 불확실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어 자영업자들은 ‘좌표찍기’로 인한 생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누리꾼이 식당 정보 직접 올려
미접종자 거부 업소 명단 공유
부산도 등록 식당 빠르게 증가
상호·위치 무제한 입력 가능
틀린 정보로 업주 피해 우려도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더라도 미접종자 1인이거나 PCR 검사 결과 음성이라면 접종 완료자와 같은 방역패스를 적용받아 식당과 카페 등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방역패스 확대와 유효기간 적용에 접종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혹시 모를 감염을 이유로 미접종자 출입을 아예 거부하는 업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에는 ‘미접종 식당 가이드’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백신 미접종자 또는 백신 유효기간이 지나 사실상 미접종자로 분류되는 이들을 상대로 특정 식당의 대응 방식을 3가지 등급(친절, 거부, 궁금)으로 나눠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다. 백신 미접종자 출입을 허용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지도에 식당별로 특정하는 게 핵심이다.
미접종자 식당 가이드에 등록된 식당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미접종자 출입이 가능하면 ‘친절식당’(파란색), 불가능하면 ‘거부식당’(빨간색),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궁금식당’(초록색) 등이다. 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미접종자 식당 가이드에 등록된 전국 식당은 4036곳이다. 부산에는 225곳의 식당이 등록되어 있으며, 등록 식당 225곳 중 친절식당은 76곳, 거부식당은 139곳, 궁금식당은 10곳이다.
등록 식당은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카카오톡, 구글, 페이스북 아이디를 통해 누구든지 손쉽게 등록 가능하다. 미접종 식당 가이드 서비스의 개발자는 4년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며, “사회적 갈등과 혼란스러움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해당 플랫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구든지 특정 식당 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가 불확실할 수 있다. 또 사이트에 식당 상호는 물론 위치까지 등록되면서 ‘좌표찍기’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블랙리스트’라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해당 사이트에 거부식당으로 등록된 부산의 식당 사장 A 씨는 “정부 정책상 식당에서 미접종자 1인 ‘혼밥’이 가능하다. 미접종자라도 1인 손님은 되도록 모두 받았는데, 거부식당으로 등록돼 ‘별점테러’로 영업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 되면서 보복성 또는 무책임한 등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민 사이에선 의견이 갈린다. 해당 사이트에 대해 “식당 이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생계가 달린 업장에 과도한 좌표찍기”라는 의견이다. 부작용 우려 등으로 백신을 아예 접종하지 않았다는 시민 이 모(29) 씨는 “방역패스가 일상까지 제한하는 마당에 이 같은 정보 공유로 1인 미접종자의 출입을 꺼리는 식당을 피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백신 추가 접종을 앞둔 시민 최 모(41) 씨는 “여러 사정으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미접종자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사이트의 순기능도 있겠지만, 모두가 힘든데 불확실한 정보로 자영업자 생계에 타격을 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 정부 방역지침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는 식당과 카페에서 1인 식사 또는 포장·배달이 가능하다. 방역패스를 위반한 경우 관리·운영자에게는 과태료 300만 원 이하(1차 150만 원, 2차 이상 300만 원), 위반한 개인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