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학 정시접수 마감, 국립대·인기학과 더 쏠렸다
부산지역 대학이 올해 정시접수를 마감한 결과 상위권 대학과 중하위권 대학,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사이의 양극화가 어느 해보다 뚜렷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째 계속된 지역대학의 위기 속에 올해를 기점으로 수험생의 선택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부산지역 대학에 따르면 3일 접수를 마감한 4년제 대학 15곳의 정시경쟁률(정원 내)은 평균 3.19 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32 대 1에 비해 50% 가까이 오른 수치다. 특히 국립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상승이 눈에 띈다. 부산대 5.35 대 1, 부경대 5.35 대 1, 한국해양대 5.71 대 1 등 3개 국립대가 5 대 1을 넘어섰다. 동아대도 작년 3 대 1에서 올해 4.84 대 1로 크게 뛰며 4강권을 형성했다.
4년제 대학 15곳 정시경쟁률
3.19 대 1… 작년보다 50% 상승
상위권·중하위권 대학 양극화 심화
수도권 대학과 격차도 더 벌어져
전통적인 상위권 대학의 반등과 달리 나머지 대학들은 웃지 못했다. 복수지원(가·나·다군)을 감안하면 사실상 ‘3 대 1’이 미달 기준으로 여겨지는데, 경성대(3.59 대 1)와 고신대(2.98 대 1) 정도만이 넘거나 이에 근접했다. 동의대와 동서대, 부산외대가 2 대 1 안팎을 기록했고, 인제대·신라대·영산대 등 1 대 1 수준에 그친 대학도 있었다.
특히 올해는 부산지역 수험생이 3000여 명 늘어난 반면 모집 정원은 줄어들어 ‘대학문’이 좁아진 조건 속에서 받아든 결과에서 중하위권 대학들에전해지는 충격파가 더 크다.
전국적으로도 수험생이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대학에서 정시경쟁률이 올랐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평균경쟁률은 6.0 대 1, 비수도권은 3.4 대 1로 2.6의 격차가 발생해 지난해 격차(2.1)보다 더 벌어졌다.
지역대학 간 양극화 현상과 함께 대학 내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사이 격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경쟁률이 상위권인 소위 인기학과를 살펴보면 간호학과·물리치료학과 등 취업에 유리한 보건계열이나 경찰행정학과 등 공무원 시험에 대비한 전공이 주를 이뤘다.
부산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대학 내부적으로 보면 경쟁률이 높은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1 대 1이 채 안 되는 학과가 수두룩할 것”이라며 “경쟁률이 낮은 학과는 도태될 텐데, 대학별로 학과 개편 등 구조조정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도 지역대학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호텔관광, 국제통상 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산업계 관련 학과의 지원이 저조했다. 어학계열이 주축인 부산외대도 영어·중국어·일본어를 제외한 상당수 어학전공이 경쟁률 1 대 1을 넘기지 못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엔 국제교류로 인기 있었던 학과들이 저조하다”며 “올해는 어떻게든 해외교류 기회를 만들고, 국내 캠퍼스에서라도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가톨릭대의 경우 지난해 입학 전형이 끝나자마자 적극적인 정원 감축과 학과 개편을 단행한 덕분에 올해 눈에 띄게 학생들이 몰려, 지역 대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수시등록률이 91.2%(작년 76.7%)로 뛴 데 이어, 정시경쟁률도 2.87 대 1로 작년(1.47 대 1)의 배 가까이 올랐다.
부산가톨릭대 관계자는 “경영계열의 유사 학과 3개를 통폐합하고 강점이 있는 치기공학과와 간호학과 정원을 늘렸는데 다행히 성과가 나왔다”며 “내년에도 올해 수준을 유지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내부 구성원들끼리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