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 ‘급변’에 PK 지방선거 구도 ‘요동’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레이스’가 급속도로 출렁이면서 그 여파가 지방선거에까지 크게 미치고 있다. 20대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 안풍(안철수 바람) 등 대선에서 굵직한 변수가 잇따라 보수 강세가 예상됐던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판도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3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당 운영위에서는 중앙선대위와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당원들의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앙당의 내분 속에 윤석열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급속하게 빠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당 관계자는 “그만큼 당내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의미”라면서 “대선에서 지면 지선 승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대선에 지면 지선도 힘들어”
국힘 부산시당 위기감 고조
“2018 압승 영광 다시 한번”
민주 부산시당 고무된 분위기
현역 실망감·정권 심판론에
안철수 상승세 변수 급부상
국민의힘은 올 지선에서 ‘PK 대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불명예 사퇴 등이 겹쳐 실제 전반적인 기류도 보수 쪽으로 흘렀다. 그러나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지지율 역전을 당한 데 이어 최근 부동층으로 꼽히던 20~30대에게까지 외면받으면서 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중앙선대위, 후보 가족 등을 둘러싼 잡음이 PK 지선판에도 균열을 내는 셈이다.
국민의힘의 이번 대선 부산지역 득표율 목표는 65%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4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부산 지상파 3사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부산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한 결과 윤 후보 지지율은 41.2%였다.
국민의힘 부산 한 구청장 예비 후보자는 “대선에서 지면 새 민주당 정권에 힘을 실어 주자는 ‘정권안정론’이 퍼질 우려도 있다”면서 “지선 준비는 제쳐 두고 대선에 올인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한 구청장 예비 후보자는 “예상보다 골든크로스가 한 달 빨랐다”면서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워 2018년 지선 압승을 재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PK 지선은 사상 처음으로 대선 후 치러지는 탓에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또 다른 변수로 급부상했다. JTBC와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1~2일 전국 1012명에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한다면 누가 더 적합한가’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한 결과 응답자 중 41.1%가 안 후보를 꼽아 30.6%인 윤 후보를 10.5%P 앞섰다.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일 PK 주자인 안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내거나, 높은 득표율로 대선을 완주할 경우 ‘2강 체제’의 지선 구도를 흔들 수 있다. 대선 직후 당내 분위기도 지선의 변동성을 키운다. 어느 정당이든 대선에서 패배하면 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공천을 둘러싼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현역에 대한 실망감, 정권심판론 등으로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PK 지선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변수가 너무 많아 당장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