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과 죽방렴이 꾸민 겨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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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바다 풍경 여행

시원한 남해 바다를 즐기기 위해 경남 사천에 다녀왔다. 새로운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삼천포항 근처에 동백꽃이 피어 있는 노산공원에서 바라보는 편안한 바다와 사천케이블카 그리고 초양선착장에서 내려다보는 죽방렴 바다가 목표였다.

바다 보이는 언덕에 있는 노산공원
조각상 ‘삼천포아가씨’응시 ‘절절’
‘박재삼문학관’주변엔 온통 동백꽃

삼천포대교 섬 가운데 초양정류장
케이블카·대교 풍경 가장 예쁜 곳
일몰 어우러진 죽방렴 이색 풍경도

■노산공원의 ‘삼천포 아가씨’

노산공원은 사천 중심부인 서금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언덕이어서 사천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 유원지다.

자동차 정면이 바다를 바라보도록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방파제가 높지 않아 차 안에 앉아서도 잔잔하게 햇살이 흔들리는 바다를 볼 수 있다. 가끔 어선이 바다를 지나가거나, 큰 갈매기가 날개를 활짝 펴고 활공하는 모습도 보인다. 바깥은 제법 차갑지만 햇볕이 가득 담긴 차 안은 따뜻해서 잠이 올 지경이다. 집에서 미리 타 온 커피 향기가 약간 열린 차 창으로 들어오는 갯바람과 섞여 차 안을 은근하게 감돈다.

노산공원의 가장 앞쪽에는 육각정이 서 있다. 이곳에 올라가면 주차장 차 안에서 눈높이로 보던 것과는 다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차분하고 조용하면서 평화로운 바다다. 공원 아래는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에워싸고 있다. 온몸을 꽁꽁 싸맨 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육각정 바로 앞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조형물이 서 있다. 삼천포 앞바다를 상징하는 상괭이, 참돔 등 물고기를 형상화한 물고기상이다. 오른쪽으로는 멀리 삼천포대교와 사천케이블카가 보인다. 긴 다리는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를 반으로 갈라놓은 선처럼 느껴진다.

노산공원을 둘러싼 산책로 바로 앞에는 얌전하게 두 손을 모으고 먼 바다로 시선을 고정시킨 여인의 동상이 서 있다. 1966년 은방울 자매가 부른 가요 ‘삼천포 아가씨’를 형상화한 조각상이다. 조각상 뒤편에는 한때 크게 유행했던 노래 가사가 적혀 있다.

‘비내리는 삼천포에 부산배는 떠나간다/ 어린 나를 울려놓고 떠나는 내님이여/ 이제가면 오실 날자 일 년이요 이 년이요/ 돌라와요네 돌라와요네 삼천포 내 고향으로.’

파도가 잔잔한 바다 위로 어선 한 척이 지나간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제법 속도를 높이며 달린다. 저 배가 먼 바다로 나가면 삼천포 아가씨가 기다리던 ‘내님’이 탄 배가 항구로 돌아오는 것일까. 그리움이 가득 담긴 그녀의 두 눈은 바다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노산공원에서 잊지 말고 찾아가봐야 할 곳은 박재삼문학관이다. 삼천포 출신의 시인 박재삼의 작품 세계를 기념하고 다양한 문학, 문화 활동을 실시하는 공간이다. 박재삼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작품을 쓴 시인으로 유명하다. 일상적인 체험을 중심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시를 남겼다.

박재삼문학관은 단촐하다. 1층에 차려진 그의 생전 모습과 작품 세계를 둘러보는 데 그다지 긴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문학관 주변에 몰려 있는 동백꽃 때문이다.

1770년에 만들어진 서당인 호연재 마당과 주변에는 동백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다. 호연재 마당에 있는 나무에는 환한 햇살에 뺨을 붉힌 빨간 동백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시든 꽃도 많지만 여전히 사진 찍기를 원하는 관광객의 눈길을 끌 만큼 화사한 자태를 자랑하는 꽃도 적지 않다.

박재삼문학관 뒤편에도 동백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오솔길에도, 반대편으로 삼천포대교를 바라보는 언덕 위쪽에도 온통 빨간 꽃 천지다. 젊은 두 연인은 동백꽃이 가장 환하게 피어 있는 나무 사이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깔깔 웃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들이하러 나온 여성들도 밝은 표정으로 휴대폰 셔터를 찰칵 찰칵 누르고 있다.



■사천케이블카와 초양정류장

노산공원의 일정을 마치고 사천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대방정류장으로 서둘러 출발했다. 바람이 거칠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운행을 멈추지는 않은 상태였다. 서둘러 케이블카에 몸을 실었다.

삼천포대교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는 바람에 제법 흔들거렸다. 독특한 재미와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름다운 일몰 장면으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가 바다를 따라 달리고, 바다 너머로 떨어지는 해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해내는 죽방렴이 거센 바람도 나몰라라 하며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곳은 삼천포대교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은 초양정류장이었다. 바다에 떠 있는 섬에 만들어진 이 정류장에서는 죽방렴은 물론 삼천포대교, 케이블카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5월에 아쿠아리움이 개장해 케이블카는 물론 바다 속 풍경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바람이 더 거칠어져 거의 강풍 수준으로 발전한 탓에 케이블카 운행은 금세 중단되고 말았다. 삼천포대교 위에는 손님이 타지 않은 케이블카가 대롱대롱 매달려 강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케이블카를 탄다면 어지간한 사람이라도 가슴이 벌렁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초양정류장에는 뜻밖에도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아쿠아리움을 이용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카페에서 바라보는 삼천포대교 풍경은 삼삼한 여운을 남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삼천포대교와 케이블카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장면을 찍으려면 뱃머리 모양으로 만든 전망대로 가야 한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관람객들이 근거리에서 볼 수 있도록 죽방렴이 설치돼 있다. 전망대 건너편이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실안 해안도로이다.

마침 배 한 척이 느긋하게 바다를 달리고 있다. 삼천포항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배는 삼천포대교를 향해 물살을 가르고 있다. 꽤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볼을 계속 때리고 있었지만 배가 다리 아래를 지나는 모습을 담기 위해 추위를 참아야 했다. 30여 초밖에 안 되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마침내 배가 다리 밑을 지날 때 쏜살같이 셔터를 연거푸 수십 차례 누른 다음 아쿠아리움 카페로 달려갔다. 환한 표정의 주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차를 주문했다.

“따뜻한 유자차 한 잔 부탁드릴게요.”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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