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언론 또 재갈…‘홍콩의 중국화’ 가속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반년 새 민주진영 매체들이 줄줄이 폐간한 가운데 당국이 정부 비판 뉴스를 가짜뉴스로 규정, 처벌 의지까지 밝히고 나서면서 중국 언론계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물려 민주진영 매체로는 4번째로, 전구일보까지 4일 폐간 수순을 밟았다. 최근 일주일새 민주진영 언론사 3곳이 ‘관련자의 안전’을 이유로 줄줄이 문을 닫았다.
4일(현지시간)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그동안 국가안보를 해치는 외부 세력이 가짜뉴스를 이용해 사회 대립을 부추기고 정부를 공격하도록 했다”며 “우리는 가짜뉴스를 겨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나 홍콩 정부를 비판하는 매체들을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칭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 비판 가짜뉴스” 처벌 강화
4일 ‘전구일보’ 폐간 결정
일주일 새 민주언론 3곳 폐간
그는 지난해 6월 폐간된 빈과일보를 언급하며 “이 신문은 홍콩 시민을 해쳤고 특히 청소년들이 국가나 정부에 대해 잘못된 관념을 가지게 했다”며 이 같은 매체들을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는 반중난향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중국의 안정을 해치려는)외부세력이 이들 반중난향 세력에게 이빨을 벌리고 발톱을 휘두르라고 지시한다”며 “홍콩 정부는 가짜뉴스를 법률이나 다른 방식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을 거처 보안국장에 오른 탕 국장은 2019년 반 중국 시위 당시 강경 대응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민주진영 매체 폐간도 잇따르고 있다. 5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온라인 매체 전구일보는 전날인 4일 밤 폐간을 발표했다. 이 매체를 운영해온 전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레이몬드 웡은 자신의 유튜브채널 ‘마이라디오 홍콩’을 통해 전구일보의 모든 콘텐츠를 삭제하고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으로 이주한 웡 전 의원은 “당국이 입장신문에 게재된 기사들을 선동적이라고 여긴다면, 우리 매체도 분명히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이라디오 홍콩’도 잠정 폐쇄한다면서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고 여러분은 스스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구일보는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현장 생중계를 통해 명성을 떨쳤고, 웡 전 의원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치인들과 정부 비판 대담을 진행해왔다.
앞서 홍콩에선 지난해 6월 24일 빈과일보에 이어 지난달 29일 입장신문, 지난 2일 시티즌뉴스가 잇따라 폐간을 발표했다. 6개월여 만에 민주진영 언론 4곳이, 이 중 3곳은 최근 일주일 사이 폐간한 셈이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