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48. 고요한 부산 밤바다의 정취, 김종학 ‘바다’
김종학(1937~ )은 자연의 화려함을 다채로운 색채로 담아내는 작가이다. 화려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표현으로 어우러진 김종학의 내면 풍경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작가는 젊은 시절 다양하게 습득해 온 추상미술의 장점에 오랜 시간 고미술품 수집을 통해 터득한 전통미를 융합해 개성적인 구상 화풍을 구축했다.
작가는 개인적 상처를 극복하고자 정착한 설악산에 매료되어, 40여 년 동안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그는 “각자 자신이 사는 곳과 그곳에서의 생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독자적인 양식을 찾는 것이 좋은 작업”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운동이나 이념에 종속된 미술이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품을 제작하고자 작가는 설악산의 다양한 장소를 누비며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펼쳤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생명력 넘치는 봄·여름 숲의 풍경, 화려한 ‘백화만발’의 꽃 그림, 서정적인 정취를 담아낸 설경, 추상표현주의를 연상시키는 덩굴 풍경에 이르기까지 자유분방하게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
김종학의 ‘바다’는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 김종학’ 전시에서 선보인 그해의 신작이었다. 동해의 모습을 단독 소재로 삼아 서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짙은 푸른색의 단색조로 처리한, 어둠이 내려앉은 밤바다 위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보일 듯 말 듯 한 점으로 찍혀져 있다. 김종학의 대표적 화풍으로 이야기되는 생명력 넘치는 숲 풍경화와 달리 고요하고 차분하다.
이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비례 감각을 보여주는데, 김종학이 무척이나 사랑한 조선 시대 목가구의 ‘간결하고 쾌적한 비례 감각’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조민혜 부산시립미술관 기록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