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고질병 정치와 치유의 정치
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대선은 정치의 꽃 중의 꽃이다. 그런데 우리 대선은 정치의 꽃이 아니라 정치의 병이 되고 있다. 특히 대선이 다가오면서 한국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지고 병증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중증은 몇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구조적 요인이다. 우리 정치는 진영정치와 이념정치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벌이고 있는 진영정치와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정치 아래에서 우리 국민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식으로 갈등하고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진영정치에서 상호 존중과 이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실종했고, 경직된 이념정치 하에서 실용과 객관과 현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정치와 상식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승자 독식의 대선 상황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승자 독식 대선에서 상식 정치 불가능
SNS와 유튜브 가짜뉴스 양성소 변질
거대 양당 진영·이념정치에만 몰두
분열, 갈등, 혐오, 조롱 정치 극심
정치 치유해야 대한민국 살 수 있어
국민, 선거 통해서 정치인 각성시켜야
둘째, 언론 요인이다. 언론은 진실과 사실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과도하게 이념 지향적이며 무리하게 정치 지향적이다. 보수와 진보 언론사 간의 정권 획득과 선거 승리를 위한 경쟁이 도를 넘었고, 그 결과 우리 언론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공론보다는 사주나 언론사의 사익이나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정권 획득을 위해 무리하게 정치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몇몇 언론사들은 진영정치와 이념정치를 오히려 앞장서서 조장하면서 사실과 진실이 아닌 거짓과 선동에 나선 지 오래되었다. 이들에게 정론직필은 공허한 말잔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왜곡되고 가치가 전도된 언론 지형에서 좋은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메마른 땅에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대선은 이미 혼탁한 언론을 더 흐리게 만들고 있다.
셋째, 정치문화적 요인이다. 우리 정치문화는 과도한 진영정치와 경직된 이념정치에 영향을 받아 상호이해의 정치, 존중의 정치, 대화의 정치, 합의의 정치, 포함의 정치, 통합의 정치, 상생의 정치, 실용의 정치가 아니라 배제의 정치, 갈등의 정치, 분열의 정치, 혐오의 정치, 증오의 정치, 조롱의 정치, 멸시의 정치, 너 죽고 나 살기 정치에 친숙하다. 이런 부정적인 정치문화는 대선과 같은 큰 정치의 시기에 더욱더 못된 기승을 부린다.
넷째, 기술적 요인이다. 정보통신혁명 시대의 정치는 지상파 정치라기보다 휴대폰 정치, SNS 정치, 유튜브 정치다. 정보통신혁명은 전자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 등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SNS와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와 욕설, 막말, 비아냥, 조롱 등은 우민정치와 폭민정치의 새로운 본거지이자 양성소가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다. 확증편향 심리에 기댄 가짜뉴스가 전파력이 빠르고 광범위한 SNS와 유튜브를 만나면서, 우리의 공론장은 더 이상 이성과 합리성과 공익의 영역이 아니라 언론의 방종과 추악한 거짓 그리고 돈벌이 사익이 넘치는 민주주의 최대의 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대선 정국에서 확증 편향과 가짜뉴스는 SNS와 유튜브에서 번성하는 악성 바이러스로 진화하고 있다.
다섯째, 인물적 요인이다. 정치인 중에는 성찰과 양심은 없고 권력욕만 넘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결국 사리사욕의 정치, 변절의 정치, 철새 정치, 모리꾼 정치, 철면피 정치를 특화하고 정치를 사유화한다. 간도 쓸개도 없고 신념도 지조도 없는 이들 나쁜 정치인들의 악기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유발하고 정치 참여를 저해한다. 대선 국면에서 이들 못된 정치인들은 더욱 창궐한다.
이들 다섯 가지 요인들로 인해 요즘 대선 국면이 가관이다. 보고 있는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우격다짐에 빠진 거대 양당은 진영정치와 이념정치로 국민들을 토끼몰이 하듯 거칠게 양자택일로 내몰고 있고, 사실과 진실의 눈을 스스로 가려 버린 언론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편파 뉴스와 정권 교체에 몰두해 있다. 갈등과 분열, 혐오와 증오, 조롱과 멸시의 정치가 극에 달했고, SNS와 유튜브는 이런 나쁜 정치 문화를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고착화하고 있다. 그리고 성찰과 양심이 없는 대선 후보와 참모들의 권력 투쟁과 자리싸움, 막말과 실언 그리고 말 바꾸기와 거짓말은 차마 눈 뜨고 보고 있기 어려울 정도로 역겹다.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한탄스러울 뿐이다. 정치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정치의 치유가 시급한 것인데, 치유를 위한 해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인들이 각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이 현명하게 스스로 깨어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각성은 자발적인 것보다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더 잘 실현된다. 결국 정치인들을 각성시키는 것도 깨어 있는 국민들의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