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전쟁과 시, 그 모순 속에서 치유·화해를 보다
근대 영미 전쟁시 읽기와 감상/조규택
전쟁과 시(詩). 얼핏 형용모순 같은 두 단어. 전쟁은 인간성 말살의 극점에 있고 시는 감수성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전쟁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계명문화대학교에서 군사 영어와 논술을 가르치는 저자는 전쟁이란 모티브를 매개로 전쟁시 연구에 천착한다. 휘트먼을 중심으로 한 미국 전쟁시와 사순, 아이작 로젠버그, 그레이브즈 등을 중심으로 한 영국 전쟁시에 대한 톺아보기가 이 책의 근간이다.
저자는 전쟁의 원인과 참상을 어떻게 종식하고 그 상처를 치유할 것인가를 월트 휘트먼의 시 ‘화해’를 통해 모색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죽임과 죽음을 통해 서로를 연민하고 마침내 용서하고 화합의 길에 이른다. 영미 전쟁시들은 전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화해’임을 일관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휘트먼과 충무공 이순신의 전쟁시를 비교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읽어낸다는 점. 이와 함께 모윤숙의 서사적 전쟁시와 윌프레드 오웬의 사실적 전쟁시를 비교한 점도 독특하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전쟁은 정치의 영역이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를 모색하는 일은 시인의 역할이라고 할까. 영미권에서는 전쟁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영문학계의 연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저자는 영미 전쟁시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조규택 지음/으뜸사/335쪽/1만 9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