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블랙스완과 글로벌 물류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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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기계공학 박사

블랙스완(Black-Swan)은 모든 백조는 희다고 믿었지만 17세기 말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통념이 무너지게 되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적용되는 용어이다. 이와 반대로 화이트스완이란 역사적으로 되풀이되거나 예측될 수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그러한 상황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이자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에 따른 불만으로 1월 초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원자력발전 핵심 원료인 우라늄 가격과 국제 유가가 치솟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블랙스완이 될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블랙스완이 발생하면 글로벌 물류와 원자재의 공급망이 불안하게 되어 사재기 심리발동에 따라 가격이 치솟게 되는 악순환 고리에 걸리게 된다.

코로나19로 선박 물류 정체 현상 심각
선원 20만 명, 컨테이너 10% 발 묶여
기상이변 농·축·수산물 공급망 불안 가중
대형 위기 방지 위해 균형감·조화 절실

근래에 블랙스완이 이번뿐일까. 세계 컨테이너 시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2021년 3월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어 일주일간 통행이 마비된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운하의 남단에서 발생한 까닭에 우회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약 400척의 선박과 300만 개가량의 컨테이너가 수에즈 인근에서 묶였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컨테이너가 부족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공급망 불안으로 블랙스완 현상을 야기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물류가 정지되어 버렸다. 해운물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초기에는 세계 경제가 마비되었으니 선박에 의한 물동량 자체가 줄어 선박운송 필요성 하락과 선박 운임과 선박거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정반대였다. 이러한 현상은 예측불허의 블랙스완과 예측 가능한 화이트스완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어찌 되었건 지금보다 지구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매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평균 3% 성장하면, 물동량은 약 8% 증가한다. 전 세계 물동량은 99% 이상이 선박에 의하여 운송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선박을 운항하는 선원들 약 20만 명이 바다에 발이 묶여 있다. 전 세계 선원 150만 명 중 15만여 명이 매월 세계 각지로 날아가 동료 선원들과 교대하고 배에 오르는데, 세계 각국의 격리조치로 선박 또한 입국 금지조치가 발생하고 있으니 세계의 물류를 정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의 운항 주기는 코로나19 이전에는 7~8주였지만, 지금은 2~3주 더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운송해야 할 물동량이 급증하게 된 점, 그리고 미국·중국 등 각지에서 하역 작업이 지연돼 배 운항 주기가 늘게 된 점은 컨테이너 물류를 막고 있다. 선박에 실린 화물컨테이너는 바다에 정체되어 있으니, 전 세계 선박 부족과 컨테이너 부족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용 가능한 컨테이너 선박이 부족하니 컨테이너로 물건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미국 서부로 운반되는 컨테이너(40피트) 1개당 운송비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약 300만 원에서 최근에는 1000만 원까지 올랐다.

수출업자로서는 계약을 해 놓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선주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박들이 전 세계 항구 여기저기에 묶여 있으니 화물고객에게 해 줄 방법이 특별히 없는 게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서 물건값보다 운송 가격이 비싸게 되지만, 그렇더라도 운송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배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2억 개 이상의 컨테이너 중 10%가 세계 주요 항구 및 물류기지에서 묶여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물동량 정체는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팬데믹 상황에 따라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제는 코로나19의 블랙스완이 일상이 되어 버린 화이트스완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으로 농·축·수산물의 공급망도 언제든지 블랙스완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의 거침없는 욕망의 총량은 한정된 지구 자원을 뛰어넘어 바이러스 등의 미시세계와 기후재난의 거시세계를 동시에 교란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슈퍼 블랙스완’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를 능가하는 슈퍼 블랙스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균형감을 갖추고 자연(환경)과 인간(사회)을 조화롭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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