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 영면… 문 대통령 조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987년 6·10 민주항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이자 또 한 명의 민주투사인 배은심 여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2세. 이 열사가 세상을 등진 뒤 35년 만에 아들 곁으로 갔다.

배 여사는 9일 오전 5시 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전날 퇴원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쓰러졌다. 가족이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결국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단체는 유족과 협의해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가안)’ 장례위원회를 꾸려 광주에서 사회장을 치르고 서울에는 별도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6월 항쟁 후 평생 민주화운동 헌신
82세 일기로 아들 곁으로 떠나

고인은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평생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6월 항쟁 당시 연세대에 다니던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 1998년부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고인은 422일간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 여사의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의 상징인 이 열사와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간 배 여사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배 여사의 민주화 공로를 인정해 2020년 6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정치권도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서 “6월과 민주주의의 어머님, 배은심 여사님의 영면을 기원한다. 어머님의 뜻을 가슴 속에 깊이, 단단히 새기겠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반드시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배은심 여사께서는 아들의 뜻을 이어받아 지난 35년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해 오셨다”면서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그 뜻, 이제 저희가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어머님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대한민국 미래 세대 모두에 대한 더 큰 사랑으로 승화시켰다”며 “어머님의 뜻을 잊지 않고 깊이 새기면서 살겠다. 하늘나라에서 사랑하는 아드님과 함께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누리소서”라고 썼다.

정의당 선대위 이동영 선임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고인의 삶을 추모하며 우리 사회의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 ‘6월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