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 사러도 못 가나?”… 방역패스 확대, 기본권 침해 논란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방역패스’가 시행되면서 백신 미접종자나 임신부 등을 중심으로 ‘과잉조치’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 등지에서는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도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입장하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에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 대상은 3000㎡ 이상의 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로 전국 2003곳이 해당한다.
10일부터 백화점·마트도 적용
장 보러 못 가는 미접종자 난감
예외 대상에 임신부 빠져 논란
시민단체 항의 집회도 이어져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나 임신부들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3살 아이를 양육하는 최 모(36·부산 해운대구) 씨는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다. 20대 후반에 자가면역질환으로 크게 아팠던 경험 때문에 백신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최 씨는 평소에 주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이번 방역패스 확대로 당장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수 없게 돼 난감한 상황이다. 최 씨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선 마스크 자체를 벗을 일이 없는데 방역패스에 포함된 것은 분명히 과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임산부나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방역패스 강화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10개 이상 올라와 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밖에서 음식을 못 먹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이제는 먹을 것을 사는 것도 못 하게 하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이냐”며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자고 하면서 이게 무슨 모순이냐”고 밝혔다. 임신부들이 모여 있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비슷한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다.
백신 접종 예외 대상자에 임신부가 포함돼 있지 않아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백신 접종 예외 대상자 기준은 1차 접종 후 아낙필락시스나 혈전증, 심근염·심낭염 등을 앓았거나 항암제면역저하제를 투여 중인 환자 등이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방역패스 적용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불가피한 접종 예외 등에 대한 사유 등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어서 전문가들과 함께 개선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8일 서울 도심에서는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최근 법원이 학원 등에서 방역패스 효력을 중단한 데 이어 방역패스 정책 자체를 유지할지에 대한 법적 판단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어서 방역정책의 적정성 문제가 이날 집회에서 표출됐다.
세계시민걷기행동연대 등 4개 단체는 이날 서울역에서 세종로까지 행진하며 정부에 합리적 방역 정책 시행을 촉구했다.
특히 앞서 정부를 상대로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해 학원과 독서실 등에서 방역패스 효력을 중지하는 법원 결정을 끌어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법원 결정에 즉시 항고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코로나19시민연대는 강남에서 집회를 했다.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일에는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이 국회 앞에서 정부 방역조치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까지 오후 9시 이후 간판 조명을 끄는 점등 시위를 지속한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