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로 ‘CES 2022’ 참여 스타트업, 직원 불참 ‘반쪽 홍보’
부산시의 지원으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하게 된 스타트업 3곳 중 2곳이 전시회 현장에 단 1명의 인력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의 세금으로 전시회 참가비 등 제비용을 치른 만큼 타 기업보다 더 적극적인 홍보를 해도 모자를 판에, 상품과 홍보책자만이 전시 부스를 지킨 셈이다.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지난해 7월 지역 내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와 판로 개척 기회를 넓히기 위해 이들의 CES 참가를 돕기로 하고 대상 기업을 공모했다. 그 결과 해양오염방제 전문기업 코아이를 비롯해 3곳의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부산시는 이들 기업에게 지난 5~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참가비 전액을 비롯해 전시 부스 임차비, 물품 운반비, 통역비 등 각 업체별 1200만~1500만 원의 시비를 지원했다. 이들 기업은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CES 통합한국관에 각각 부스를 차리고 자사 제품을 전세계에 홍보할 수 있게 됐다.
3곳 중 2곳 직원 전혀 파견 안 해
통역 인력이 해당 제품 홍보 대행
투자 유치·판로 확대 취지 무색
귀국 후 자가격리 부담이 이유
“다른 업체 참여 기회 박탈한 셈”
그러나 3곳의 업체 중 CES 전시회 현장에 인력을 파견한 곳은 코아이뿐이었다. 코아이는 박경택 대표가 직접 CES를 방문해 드론을 이용한 무인 자동 유(油)회수 시스템을 홍보했다. 코아이의 시스템은 해상에 떠있는 기름을 회수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세계 관련 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름뿐 아니라 해상쓰레기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시키는 방안에 대한 요청도 많았다.
반면 다른 두 곳의 회사는 인력 파견 없이 부스에 시제품과 홍보책자만 비치했다. A사는 노인·환자·아동 등 사회 안전약자의 위급상황을 알려주는 스마트밴드를, B사는 B2B 영업을 도와주는 비즈니스 솔루션 프로그램을 각각 소개했다. 스마트밴드는 시착용을 통해 제품 기능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하고, 솔루션 프로그램 역시 프로그램 시연을 통한 추가설명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 역할을 할 현장 직원은 없었다.
결국 혁신센터에서 통역을 위해 부스에 배치한 인력이 각사를 대신해 해당 제품을 설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회사 직원이 아니다보니 홍보책자 이상의 상세한 설명이 어려웠고, 투자나 계약 등 비즈니스 관련 상담으로 논의가 확대되는 것도 힘들었다. 지역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와 판로를 확대한다는 부산시의 당초 지원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A, B사가 CES에 인력을 참가시키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코로나19 방역절차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귀국 후 10일간 자가격리 생활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A사 대표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 인력이 열흘 이상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 불참을 결정했다”며 “제품의 판로 개척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창업업계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비판적인 견해도 많았다. 한 관계자는 “CES 참가로 인력을 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애초 참가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결국 다른 지원 업체의 홍보 기회를 뺏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또 “여러 기관으로부터의 지원금을 공짜돈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스타트업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며 “지원을 받은 만큼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데, 공모를 통해 선정됐기에 당연히 자신들의 노력으로 받아낸 ‘상금’ 정도로 여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혁신센터 관계자는 “부산시와 우리 센터는 업체의 CES 참가를 지원만 할 뿐 인력의 직접 참가를 강요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인력이 불참한 업체 부스에는 센터 직원과 통역인이 대신 방문객을 응대해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