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시간의 만남… ‘미래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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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미래가 그립나요?

현대자동차가 발굴한 첫 번째 디자인 큐레이터의 전시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은 우수한 국내 디자인 큐레이터를 발굴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어워드 프로그램이다.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1 수상자 심소미 큐레이터의 전시 ‘미래가 그립나요?’는 3월 31일까지 수영구 망미동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개최된다. 심 큐레이터는 건축공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독립 큐레이터이다.

작년 ‘현대 블루 프라이즈…’ 수상
심소미 디자인 큐레이터 전시
‘도시·산업·객체·근미래’ 주제
잃어버린 미래의 시간 ‘복기’

‘미래가 그립나요?’는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1의 주제인 ‘시간의 가치’를 도시, 산업, 객체, 근미래라는 4개의 소주제로 풀어낸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심화하는 불평등과 기후변화, 팬데믹까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시는 디자이너, 시각예술가, 연구자 등 14개 팀의 시선으로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잃어버린 미래의 시간을 복기한다. 만연한 불안과 시공간의 어긋남, 실패한 미래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시간의 작동 방식을 재구상하는 자리를 제공한다.

‘포스트 시티’는 위기에 대응하는 도시공간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다. 건축사무소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의 ‘리미널 시티’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1·2층과 내외부를 대형 튜브로 연결하는 작품이다. 튜브 안쪽에 잠망경 시스템을 장착해 단절된 시간과 공간을 잇고 연결하는 건축 구조를 제안한다. 줄리앙 코와네와 심소미 큐레이터가 함께한 리트레이싱 뷰로의 ‘아무것도?’는 프랑스 파리에 코로나 봉쇄령이 내려진 당시 은행이 ATM기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아크릴 패널을 사용했다. 패널 뒤쪽 스크린에 미래 도시를 선전하는 상업광고 이미지를 배치해, 절망과 희망 사이 교착 상태에 놓인 현대인의 심정을 대변한다. 마누엘 로스너 ‘이상적 파열’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장소 특정적 디지털 설치 작품이다.

‘고스트 워크&휴먼’ 파트는 기술·노동·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관계를 탐구한다.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오민수 작가의 ‘숨’은 증기기관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산업 현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호흡과 팬데믹 이후 생명체의 가빠진 호흡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미래에 생명체와 기계가 결합한 새로운 생태환경을 구축해보자는 의미를 전달한다.

‘하이퍼 오브젝트’는 생태이론가 티머시 모턴이 만든 ‘초과 객체’라는 용어를 다룬다. 인간의 지각을 넘어선 초과 객체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인류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질문한다. 스튜디오 힉은 ‘오프 리버스’로 그래픽 디자인 자체가 가지는 시각적 에너지를 표현한다. ‘소프트웨어 Etc.’에서는 가상 쇼핑몰이 등장한다. 쇼핑물에 버려진 폐기물들이 쇼핑객으로 환생했고, 의사소통을 위해 1960년대 한국 노래 가사 등을 딥러닝으로 학습했다. 스마트폰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해 가상 쇼핑객과 직접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2050’은 가깝지만 상상하기는 쉽지 않은 근미래로 관람객을 이끈다. 안성석의 ‘어린이’는 다음 세대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오예슬·장우석의 ‘ㄴㅂㅁㅅㅂ(big picture)’는 2050년의 서체 모습을 보여준다. 문자를 축약하고 확대하는 작업을 통해 글자 자체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자음이 움직이는 모습에서는 말이 증발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전시 기간 중 부산 사투리 등이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 ‘호기심의 캐비닛’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주변 풍경과 부산의 도시 경관을 원근 투시법으로 재창조했다. 중첩된 선들 속에서 부산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문의 전화 1899-661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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