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색깔론·젠더갈등, 표 얻자고 국민 분열 조장하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갈라치기식 선거 캠페인이 우려스럽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윤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겨우 일곱 글자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한다는 경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아무런 설명 없이 여가부 폐지로 바꾼 것이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생각은 찬반으로 갈리고 있으니 일단 논외로 하자. 공약을 바꾼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고 대안 제시까지 빠졌으니 상식적이지 않다. 윤 후보는 바로 다음 날에는 ‘멸공 챌린지’로 우리 사회 갈등의 골을 더욱 확장시켰다. 그가 직접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나물을 구입하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멸공 챌린지’에 참여한 것이다. 급락한 20~30대 지지율 회복을 위한 노림수이겠지만,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국민 분열도 마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여겨져 불안하게 보인다.
여가부 폐지·‘멸공 챌린지’ 갈라치기
대선에선 국민통합 최우선 고려해야
국민의힘은 신세계 관련 주가가 10일 일제히 급락한 점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급락의 원인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시작한 ‘멸공 챌린지’의 정치권 확산을 우려한 국내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세계나 스타벅스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윤 후보의 말처럼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향력이 누구보다 큰 국내 대표 기업인이 심지어 처음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까지 올리며 ‘멸공’을 강조했다니 개인 표현의 자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오너 리스크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 하락은 물론이고 나아가 중국과 북한 등 공산국가와의 갈등까지 생길지도 모를 판이다.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하는 대기업 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가들의 손해는 또 누가 보상하는가.
철없는 ‘멸공 챌린저’를 비판하기는커녕 따라 한 정치인들은 자성해야 한다. 먼저 역사를 돌이켜 보길 바란다. ‘멸공’은 1950년대에 많이 사용된 케케묵은 단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졌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한령으로 겪었던 고초를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윤 후보는 지난해 연말에도 “한국 국민,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중국 청년 대부분은 한국을 싫어한다”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근거도 없이 했다. 안보와 경제, 기후 문제 등에 있어 중요한 상대국인 중국을 대상으로 이런 정제되지 못한 발언과 행동을 이어 간다면 대한민국의 외교를 어떻게 믿고 맡기겠는가. 제1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전략이 구시대적 색깔론과 젠더갈등을 통한 국민 편 가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국민의힘 공약이 20∼30대 남성들에만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라면 국가의 미래와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