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시아 ‘우크라이나 담판’ 험로 예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국면에서 이번 주가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미국과 러시아의 안보회의가 열리는 데 이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 13일 미·러가 모두 참여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 상임이사회가 열린다.
세 차례 만남 이번 주 ‘분수령’
미·러 사전협상서 입장 차 확인
성과 없을 땐 신냉전 우려도
이번 주 협상 중 우크라이나 정세를 좌우할 가장 큰 열쇠는 단연 미·러 안보회의다. 미국은 러시아의 외교적 해결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하고, 러시아는 서방이 안보 보장 요구를 어느 수준으로 수용할지를 저울질할 결정적 회담이다. 그러나 1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9일 사전협상 격인 미 국무부 부장관과 러 외교차관 간의 만찬에서 양측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해 험로를 예고했다.
앞서 8일 미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러시아의 안보보장 요구에 대해 ‘상호 긴장 완화’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나토 확장 중단, 러시아 인접국에 대한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을 법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해온 러시아가 미국의 제안에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AFP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9일 “미국과 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우리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판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 동서 냉전의 주역이었던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에서의 세력권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마주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나토의 동진을 막을 법적인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의 유럽 내 영향력을 서방이 인정하라는 것으로, 여기에는 옛 소련권 국가에 대한 ‘과거의 지분’을 포기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속내도 숨어 있다. 나토의 대척점에 있었던 옛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는 해체된 반면,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체인 나토는 아직 건재하고 심지어 확장까지 하려는 데 대한 러시아의 불편한 속내도 있다. 이번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미국과 러시아 간 유럽 내 세력권 확보 경쟁이 가열될 경우 ‘신냉전’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