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조절만으론 안 된다, ‘3혈’ 관리가 핵심”
당뇨 합병증 예방과 치료법
당뇨병이라는 병명은 그리스어 ‘달달한 소변’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병명과는 달리 소변의 당보다 혈액의 당이 더 중요해 진단 기준이나 치료 반응도 혈당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이 높은 병이 아니라 혈액이 흐르는 혈관에 영향을 주는 병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
우리 몸에 혈관이 없는 곳이 없다. 특히 심장, 콩팥, 뇌, 눈 같은 중요 장기엔 혈관이 가장 많이 분포한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우리 몸의 모든 곳이 영향을 받는데, 특히 혈관이 몰려 있는 장기들엔 심각한 기능 장애가 일어난다. 심장마비, 뇌졸중, 만성 신부전, 망막병증 같은 당뇨병 합병증들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혈당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혈당·혈압·혈중지질 ‘3혈’
함께 관리 못 하면 중풍 등 위험
신부전·망막 병증도 조심해야
생활습관 교정이 제일 중요
균형 잡힌 식사·꾸준한 운동 필수
■진단 초기부터 관리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은 세 가지 혈(血)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혈당, 혈압, 혈중지질, 이 ‘3혈’을 목표치에 도달하도록 잘 치료하고 유지해야 한다. 흔히 당뇨병은 혈당만 조절하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하고, 지질을 조절하는 약제나 혈압 조절 약제는 안 먹으려는 사람이 많다.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혈당 관리만 열심히 했을 때는 눈에 생기는 망막병증, 신경에 생기는 신경병증, 콩팥에 생기는 신장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은 예방할 수 있었으나, 중풍이나 심장마비 같은 대혈관 합병증엔 효과가 없었다. 3혈을 모두 잘 조절해야만 이러한 합병증들이 모두 예방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다른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겠지만, 당뇨병 관리에도 시기가 중요하다. 대규모 임상 연구들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당뇨병을 진단 받자마자 바로, 적극적으로 3혈, 즉 혈당, 혈압, 혈중지질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김미경 교수는 “당뇨병 진단 초기에는 소홀히 하다가 뒤늦게 아무리 열심히 해 봐도 초기보다는 합병증 예방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심혈관질환 발병과 사망률을 감소시키지 못했다”며 “초기에 3혈을 각각의 목표치에 도달시킨 후 최대한 오래 잘 유지하는 것이 대혈관과 미세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맞는 약 처방
그러면 그냥 약만 잘 먹으면 되는 것일까? 혈당, 혈압, 혈중지질은 개인별로 도달해야 하는 목표 수치가 조금씩 다르다. 그 수치에 성공적으로 잘 도달해야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극대화된다. 각자의 목표를 잘 알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혈당을 조절할 때 혈당이 너무 낮아지는 저혈당이 안 오도록 주의해야 하고, 혈압도 너무 낮게 유지되는 저혈압을 조심해야 한다. 주치의와 논의해서 저혈당이나 저혈압이 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물론 나이, 당뇨 유병기간, 동반 질환, 주변 환경 등에 따라 환자별로 목표 수치는 달라진다.
최근 연구를 보면 심장과 콩팥 합병증을 특별히 더 효과적으로 예방해 주는 당뇨병 약제들이 나오고 있어 처방에도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약이 모든 환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환자들은 오히려 부작용으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약 이름을 적어 와서 무작정 그 약을 먹게 해 달라고 하거나, 종종 친구가 이 약 먹으니 혈당 조절이 잘 된다고 하면서 같은 약을 처방해달라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람마다 목표가 다르듯이 약제의 효과나 이점도 개인별로 차이가 나고 부작용도 다 다르다. 따라서 개별화된 처방과 관리 전략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은 식사와 운동요법
뭐니 뭐니 해도 당뇨병 합병증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식사와 운동요법이 가장 중요하다. 식사할 땐 탄수화물 섭취는 좀 줄이되 완전히 끊을 필요까지는 없다.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된다. 운동도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더 좋다. 단, 운동할 때 부상당하거나 상처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김 교수는 “어떤 좋은 약도 식사와 운동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을 여러 해 진료를 거듭하면서 깨달았다. 어떤 음식이 좋다, 어떤 운동이 낫다는 등 온갖 정보가 넘치지만, 가장 기본적인 건 꾸준히 오랫동안 지킬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식사와 운동요법이다. 이는 반짝하고 유혹하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훨씬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고 조언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