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추진 중인데 ‘재개발’까지… 오산마을 갈등 깊어지나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재개발이 추진되던 부산 해운대구 중1동 오산마을에 일반적인 재개발인 주택재개발정비사업도 추진되면서 주민들 간 갈등이 인다. 두 방식의 재개발 추진위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정비구역 지정 심의가 예정돼 있어 그 결과에 따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12일 부산시 도시·경관 공동위원회는 가칭 중동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정비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재개발사업 추진위가 제출한 안건을 심의해 원안 통과, 조건부 통과, 재검토, 반려 등의 결정을 내리는 절차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조합 설립이 가능해 주택재개발사업의 첫 단추를 꿰게 된다.
해운대 몇 안 남은 알짜배기 땅
2015년 진행한 지주택 더디자
재개발 정비사업 추진 나서
12일 구역 지정 심의 앞두고
반대 주민위 반발 등 진통 예고
앞서 오산마을은 2015년 지역주택조합(지주택) 방식으로 500세대 규모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재개발이 지지부진하자 2020년 2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들어섰고, 주민설명회와 동의서 징구 등을 거쳐 부산시 심의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마을에 두 가지 방식의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공존하면서 기존 재개발 반대 주민에다 재개발 찬성 주민들 사이 갈등도 비등하다. 12일 심의 결과에 따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 9일 찾은 오산마을 한쪽에는 ‘오산마을의 성공 재개발에 함께하겠습니다’라며 재개발을 응원하는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또다른 건물에는 ‘주민들은 정든 고향 쫓겨난다’며 재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도 보였다.
이날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재개발 얘기가 나온 몇 년 전부터 조용한 동네가 시끄러워진 지 오래다”면서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은데,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지역주택조합으로 추진한다’, ‘일반적인 도시정비사업으로 추진한다’ 말이 많으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재개발 추진 소식에 외부의 주택 매입이 늘면서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2020년 결성된 반대 주민위원회에는 현재 200여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반대 주민위원회 관계자는 “외지인이 빌라 등을 매입하고 입주권을 받기 위한 ‘구역 쪼개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기존 주민들을 내쫓으려는 심산에는 절대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지주택 추진위 측은 주택재개발 추진위의 정비구역 지정 추진 등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지주택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은 정비구역이 확정만 되면 사업이 금방 진행되는 것인 줄 알지만 보상을 공시지가 기준으로 한다면 동의를 받거나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그동안 절차에 따라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구청 동의를 받은 상태”라며 “앞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조합 설립을 추진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마을은 저층 주택과 빌라가 밀집된 조용한 동네다. 해운대해수욕장과 1km 내 거리에 있고 부산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과도 가까워 해운대구에서 재개발이 가능한 몇 안 남은 알짜배기 땅으로 꼽힌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