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지율 20% 돌파 땐 ‘야권 대표 주자’·10%대 고착 땐 ‘단일화 압력’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메가톤급 돌풍’이 될까. 20대 대선 정국을 휩쓸고 있는 ‘안풍(안철수 바람)’을 놓고 다양한 전망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 20%’를 중요한 분기점을 본다. 이를 돌파할 경우 윤석열 후보를 제치고 보수·중도 진영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올 들어 안 후보의 지지도 상승세는 예사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좀처럼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속적인 하락세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는 10%대에 안착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PK·중도층·2030 지지율 상승
윤석열 기존 지지층 대이동 입증
이-안 양강구도로 재편 가능성
인재풀·보수 결집 등 악재 많아
완주 여부 등 주요 관전 포인트로
<부산일보>가 10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 후보는 코리아리서치·MBC 조사(7~8일)에서 41.6%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0%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한때 4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던 윤 후보는 25.1%(글로벌리서치·JTBC 5~6일)까지 빠진 조사도 있다.
이와 달리 올 들어 모든 조사에서 10%대를 넘어선 안 후보는 급기야 15.1%(한국사회여론연구소 7~8일)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심지어 보수 후보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조사도 잇따라 발표되는 상황이다.
서던포스트·CBS가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 후보로 보수 단일화가 성사됐을 경우 윤 후보(34.4%)가 이재명(33.6%)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반면 안 후보(42.3%)가 나선다면 이 후보(28.9%)를 크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리서치·MBC 조사(7~8일)에서도 윤 후보(윤 39.2%, 이 44.5%)보다 안 후보(안 43.5%, 이 38.2%)가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윤 후보의 3대 핵심 지지층인 부산·울산·경남(PK), 중도층, 2030세대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갤럽 조사(4~6일)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부울경 지지율은 각각 31%와 17%였다. 하지만 이 조사기관의 지난해 12월 14~16일 조사 때는 PK에서 윤 후보가 42%, 안 후보가 5%를 기록했다. 부울경 민심이 윤 후보에게서 안 후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중도층에서도 같은 기간에 윤 후보는 27%에서 24%로 하락한 반면 안 후보는 7%에서 22%로 급증했다.이번 조사에서 18~29세 유권자의 지지율은 오히려 윤 후보(10%)보다 안 후보(23%)가 더 높았다. 그야말로 윤 후보 핵심 지지층의 안 후보로의 대이동이 시작된 셈이다.
안 후보는 ‘보수 단일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윤 두 후보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안 후보는 10일 이 후보를 겨냥해 “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은 생각 못하고 오로지 국고에 있는 돈을 박박 긁어 쓰자는 생각 밖에 없나”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 공약에 대해선 “부사관 월급이 얼마인지 아는가. 200만원이 안 된다”며 “부사관 월급, 장교 월급은 어떻게 할 건지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마의 20%대’를 돌파할 수 있느냐다. 이달 내 안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넘어서면 기존 대선구도가 크게 흔들릴 공산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재명-안철수 양강 구도가 형성될 수 있고, 중도·보수 진영에 안 후보 중심으로 재결집될 가능성이 있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여망을 안고 야권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민주당·국민의힘에 비해 턱없이 낮은 국민의당의 지지율과 안 후보의 다소 부족한 인재풀, 보수와 진보 진영의 막판 대결집 등 온갖 악재들이 20%대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만약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 대에 고착화되면 곧바로 보수단일화에 동참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안 후보가 이·윤 두 후보의 높은 비호감 덕을 많이 봤다”며 “이제부터는 안 후보가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본격 평가 받을 시점”이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안 후보 하기에 달렸다는 의미다.
안 후보는 이미 19대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고 박원순 전 시장과 오세훈 현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뼈아픈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그가 중도 포기 없이 끝까지 대선 가도를 이어갈지, 또는 윤 후보를 제치고 정권교체의 선두주자로 나설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대선의 중요 관전 포인트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