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까지 텅 빈 ‘자갈치 아지매 시장’… 결국 혈세만 낭비
부산 자갈치시장 노점상을 위한 부산 중구 ‘자갈치 아지매 시장’ 건물 공사와 관련, 부산시가 노점상 규모와 수요 조사를 소홀히 한 탓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비용이 1억 원가량 드는 것으로 확인돼 시민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갈치 노점상들이 동시에 입점할 만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건물을 하나 더 짓고 있는 중인데 이미 지어놓은 건물에 노점상들이 입점을 거부하면서 이를 비워두는 데 유지비용이 들어가면서다.
부산시 초기 수요조사 등 부실 탓
1단계 건물 노점 전체 수용 불가
350여 명 노점상 분산 입점 거부
향후 2년간 공실 유지에 1억 소요
10일 부산시, 부산시의회, 자갈치시장 등에 따르면 자갈치명소화 1단계 사업으로 이미 지어진 건물을 1년간 따로 활용하지 않고 비워서 유지하는 데만 4500만 원이 편성됐다. 전기안전시설, 방범시설, 소방시설, 무인경비 등이다. 시는 2019년부터 자갈치시장 노점상들을 자갈치 아지매 시장에 입주시켜 이곳을 ‘먹거리 쇼핑존’으로 조성하고 노점상이 차지하던 인근 도로 환경을 개선하는 자갈치 명소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시가 노점상 수요조사와 규모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건물 1개 동(연면적 2288㎡, 지상 2층)을 올해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현재 노점상 전체를 수용할 수 없어 다시 건물 1개 동을 더 짓는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연면적 1200㎡ 인근 공영주차장 부지에 3층 규모의 또 다른 자갈치 아지매 시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문제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존의 건물에 노점상들이 입점을 거부해 빈 건물이 2년 동안 공실로 있게 됐다는 것. 이를 관리하는데 연간 4500만 원이 들어간다. 2단계 사업이 2024년에 완료되기 때문에 빈 건물을 유지하는 비용에만 1억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러한 비용 낭비에는 부산시의 부실·탁상 행정이 있었다. 현재 시가 완공한 1단계 건물은 노점상 350여 명 중 200여 명만 수용이 가능하다. 시는 먼저 200여 명을 입주시키려고 했지만, 노점상들이 동시 입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시가 사전에 노점상 규모 등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자갈치 아지매 시장(1단계) 운영을 위해서는 입구 주변 일부 노점상들이 철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온 것. 두 차례 분산 입주 과정에서 생길 매출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결국 시와 노점상 측은 1·2단계 건물이 모두 완성되는 2024년 이후 350여 명 전체 노점상이 동시 입주하기로 합의했다. 1단계 공사를 마치는 대로 200개 점포부터 우선적으로 입주시키겠다던 시의 계획이 무산된 셈이다.
특히 시가 유휴공간을 활용할 생각 없이 단순히 유지하는데만 급급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는 건물을 비워두고 유지하는데만 세금이 낭비되는 상황에서 빈 공간을 다른 방향으로 사용할 계획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열린 부산시의회 해양교통위원회 상임위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부산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1·2단계 건물을 나누어 준공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인정하나 본래 취지 자체가 동시에 입주해야만 잘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해 입주를 미루게 됐다”며 “공실이 되지 않도록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