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인류 역사는 천체 관측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늘을 읽으려는 노력은 단순히 길흉화복을 점치는 미신적인 점성학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첨단과학의 천문학으로 나아갔다. 그 핵심적인 관측 수단이 망원경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한스 리퍼세이라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렌즈기술자다. 하지만 망원경의 방향을 처음으로 하늘로 돌린 이는 바로 이탈리아 물리학자 갈릴레오였다. 이후 천체 망원경은 케플러와 뉴턴의 망원경, 슈미트-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을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20세기 들어서는 가시광선 대역의 광학망원경을 넘어 보이지 않는 빛, 곧 적외선, 자외선, 감마선 같은 우주의 온갖 파장과 입자의 신호를 감지하는 전파망원경의 시대가 열렸다. 관측 영역이 폭발적으로 확장된 계기다.
천체 망원경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정표는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지상이 아닌 우주 공간에서 천체를 관측하겠다는 야심찬 발상이었다. 1990년 우주왕복선에 실려 대기권 밖 지구 상공 600여km 궤도에 안착한 허블 망원경은 인류가 몰랐던 수많은 우주 정보를 제공해 천체물리학의 난제들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수명이 15년인 허블은 여러 차례 수리를 받고 여전히 운용 중이지만 천천히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
허블 망원경의 뒤를 잇는 것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우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유인 우주탐사 계획 등 무수한 업적을 남긴 NASA 2대 국장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적외선까지 포착하는 기능은 허블 망원경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크기도 훨씬 큰 데다 지구 바깥의 더 먼 곳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까닭에 빅뱅(우주대폭발) 직후인 135억 년 전 별의 탄생 순간까지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망원경은 생김새도 완전히 달라서 정육각형 반사거울 18개가 합쳐진 형태를 띤다. 일단 이 거울들을 접어 하늘로 보낸 뒤 우주에서 다시 펼치는 원리다.
지난 5일, 망원경의 핵심인 반사거울들이 완전히 펼쳐지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주 공간에서 마침내 드러난 벌집 모양의 금빛 자태는 경이로웠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새로운 눈이 사실상 임무 준비 완료를 알린 셈이다. 제임스 웹은 지금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중력도 없고 빛의 왜곡도 없는 ‘라그랑주’ 지점으로 가고 있다. 거기서 우주의 비밀을 푸는 어떤 단서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