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야권 후보 단일화 신경전… 관건은 ‘2월 지지율’
3월 대선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물밑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관건은 지지율인 만큼 두 후보 측의 태도 역시 달라지는 지지율 추이에 따라 시시각각 미묘하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 논의의 마지노선인 2월 말까지 단일화 줄다리기가 계속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부상한 계기는 제1야당 윤 후보의 연초 지지율 급락이었다.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오차범위 이상으로 뒤진다는 여론조사가 잇따르는 반면 반사이익을 얻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15%를 돌파하면서 양측의 단일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안철수 15% 돌파 후 핫이슈 부상
윤석열 지지율 반등에 신중론
안 후보도 단일화 가능성 일축
‘정권교체 여론 수용’ 전망 지배적
그러나 윤 후보가 지난 5일 선대위 재정비 이후 ‘이대남’ 집중 공격으로 지지율이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자 국민의힘에서는 독자 승리론이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애초부터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이던 이준석 대표는 11일 “안 후보가 과거에 중도 지형에서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지만 우리 당이 제가 당 대표 선출된 이후 중도화를 너무 많이 했다”면서 “우리 후보가 스타일 전환 등을 통해 2030의 강한 반등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데일리안·여론조사공정(주)의 조사(7~8일, 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다자대결에서 윤 후보는 36.9%로 36.5%인 이 후보를 오차범위 이내지만 3주 만에 앞섰고, 특히 윤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43.4%로 37.1%인 이 후보를 앞선 반면, 안 후보는 33.4%로 33.8%인 이 후보에 오차범위 내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선 코앞까지 안 후보 지지율이 10%대를 탄탄하게 유지할 경우 단일화 없이는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일화는 불가피하다는 당내 시각도 만만찮다. 심지어 안 후보 지지율이 다시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라도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안 후보 지지층을 가져오는 게 필연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단 윤 후보는 이날 단일화와 관련한 질문에 “그 부분은 유권자인 국민께서 판단할 문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인 안 후보는 이날에도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독자 완주’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화 없이 끝까지 완주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는 “제가 (2017년) 대선에서 3위를 했습니다만, 3당 후보가 대선에서 20%를 넘게 받은 것은 지난 70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저밖에 없다”며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양측 모두 지지율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에 적극성을 보일 경우, 협상 주도권 확보 등에서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지층이 겹치는 두 후보 모두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거세지는 정권교체 여론의 단일화 압박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의 향배는 역시 향후 지지율 흐름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지만, 양측의 강경한 태도를 감안할 때 단일화 논의는 설 연휴 민심 변화를 살핀 2월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대선의 선례를 볼 때 2월 중순부터 이어지는 후보자 등록, 재외투표소 투표, 투표용지 인쇄, 사전투표 등이 단일화 논의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후보자 등록 이후 특정 후보가 사퇴하면 기표란에 ‘사퇴’ 표기와 함께 투표용지에 이름과 기호가 남게 되며, 투표용지 인쇄 이후에는 투표용지에 사퇴 여부를 알 수가 없어 단일화 효과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선거 9일 전인 2월 28일이 단일화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3월 4~5일 사전투표 이후에는 단일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