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지만… 종착역 입지 두고 쪼개진 민심 봉합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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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내륙철도 남은 과제는?

지난해 1월 남부내륙철도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장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연 거제면 주민들. 부산일보DB

남부내륙철도 기본계획이 드디어 확정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무엇보다 역사 입지를 놓고 쪼개진 민심을 봉합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당장 종착역이 들어설 경남 거제가 술렁이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0년 12월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거제 역사 입지로 상문동을 첫손에 꼽았다. 후순위로 밀린 사등면 주민들은 역사유치추진위를 꾸리고 재검토를 촉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거제 상문동·사등면 갈등 잠복
합천·거창, 해인사역 신설 이견

당시 추진위는 “기존 도로망과의 연계성, 건설 경제성, 친환경성, 지역균형발전을 객관적으로 고려할 때 최적지는 사등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미 집단 주거지역이 조성된 상문동은 주민 정주 여건상 절대 역사가 들어서면 안 되는 곳”이라며 “상문동을 고집하면 극한의 투쟁과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8개월 뒤 공개한 평가서 본안에서 사업비 절감과 민원 발생 최소화를 내세워 사등면을 최적지로 낙점했다. 실제 사등면 노선이 상문동보다 9.3km 짧다. 사업비도 2300억 원가량 줄일 수 있다. 또 상문동에 역을 만들면 철도가 거제면 주요 마을을 지나 상문동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통과해야 한다. 철도 건설과 운행 그리고 역사 운영에 따른 소음·진동, 교통체증 민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상문동이 발끈하고 나섰다. 거제의미래를생각하는시민연대와 거제시교통소통대책위원회, 상문동단체협의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허술한 짜 맞추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국책사업의 향방이 민원을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손쉽게 바뀌었다”며 “역사는 상식적으로 시민 생활권의 중심인 상문동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착역이 들어설 합천군도 이웃한 거창군의 ‘(가칭)해인사역’ 신설 요구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이날 기본계획에 따라 설왕설래하던 남부내륙철도 종착역은 결국 사등면으로 사실상 결정됐고, 해인사역 신설은 경남도가 달빛내륙철도(대구~광주) 개통에 맞춰 연계환승역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하지만 역세권 개발이 걸린 민감한 사안인 데다,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거제 상문동 단체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현실적으로 되돌리기 힘든 결정인 만큼 대승적 측면에서 승복하자는 의견과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그간 갈등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착공하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KTX 시대가 가져올 다양한 부가가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뭉쳐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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