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은 걸 만들었더니 ‘대박’ 터졌죠”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 JTBC 김재원·김나현 PD
청춘 남녀가 무인도에 갇혔다. 누군가와 커플이 되는 게 유일한 탈출 방법. 짝을 찾으면 외로운 ‘지옥도’에서 벗어나 행복한 ‘천국도’로 갈 수 있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솔로지옥’ 얘기다.
이 프로그램은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기준 전 세계 TV쇼 5위까지 올랐다가 11일 현재 7위에 자리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등 드라마 시리즈가 아닌 한국 예능이 톱10에 처음 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방송을 제작한 JTBC 김재원 PD(37)와 김나현 PD(33)는 MZ세대 젊은 연출인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두 사람을 만났다.
무인도 갇힌 청춘남녀 데이트
“한정된 공간·다양한 감정 포착”
전 세계 TV쇼 5위까지 올라
“그저 행복… 시즌2 제작 기대”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출연자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잘 포착해냈다. 그 안에는 고민과 선택, 사랑과 이별 등 다채로운 감정의 결도 함께 담겼다. 자신을 데이팅 프로그램 마니아라고 소개한 김재원 PD는 “제가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고 싶은 걸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데이팅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려고 했다”며 “출연자마다 키워드를 정해 소개하고 나머지 부분은 최대한 솔직하게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팅 프로만큼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는 건 얼마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분이 나를 거절할 때나 반대로 나를 받아줄 때의 마음을 감출 수 없잖아요. 한 사람의 감정과 반응을 현실감있게 볼 수 있죠. 국내외 시청자들이 그런 점에서 많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김나현 PD는 프로그램의 매력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꼽았다. 김 PD는 “우리는 데이팅 프로의 ‘원점’을 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편함에 투표 쪽지를 넣는 등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많이 쓰려고 했다”면서 “부가적인 설정을 걷어내고 순정 느낌의 데이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오디오가 안 들리는 경우나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장면을 제외하곤 자막도 최대한 안 넣었다”면서 “시청자들이 보고 판단하며 감정을 느끼시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8회에선 총 네 커플이 탄생했다. 송지아·김현중을 비롯해 던 김준식·안예원, 오진택·강소연, 문세훈·신지연이다. 오진택과 강소연은 유튜브 등을 통해 실제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김재원 PD는 “무인도에서 연애만 하다 보니 매칭률이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실제 교제 여부는 출연자 선택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 김재원 PD는 “우리 방송의 설정이 ‘솔로지옥’일 뿐 커플만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PD는 “솔로여도 행복할 수 있고, 천국일 수 있다”며 “우리 프로에서 비춘 건 세상의 수백 만, 수천 개의 스토리 중 한두 개일 뿐”이라고 했다. 시즌2에 작은 바람도 곁들인다. “데이팅 프로그램 하나가 전체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연애나 결혼관 같은 건 주관적인 거잖아요.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잘 돼서 기분이 좋고 얼떨떨할 뿐이에요. 시즌2 제작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