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다시 청와대 뒷산에 울려 퍼질 아침이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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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밤을 새웠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한 분이 한 말이다. 누구일까? 아침이슬 노래를 생각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러나 아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일까? 역시 아니다. 정답은 지금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이 왜 밤을 새워 아침이슬 노래를 들었을까? 이른바 광우병 파동 때 청와대 앞길까지 모인 시민들이 밤새도록 부르는 아침이슬 노래를 듣고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다. 광우병 파동을 이야기하면 지금도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빗발치자, 당시 정부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정부가 값싸고 맛있는 소고기를 마음껏 먹게 해 주겠다는데 왜 싫다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명박 정부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설마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을 광우병에 걸리게 하려는 음모에서 그런 일을 꾸몄겠는가?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몰랐던 일은, 국민들은 값싸고 맛있는 소고기보다 나물 한 접시일망정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밥상을 원한다는 점이다. 물론 광우병에 대한 걱정은 좀 과장되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아마 그분들의 말씀도 옳을 터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안전하니 주는 대로 먹으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안전한가를 요모조모 자세히 설명했어야 옳다. 그래도 국민들이 의심한다면 국민들의 의심이 풀릴 때까지 또 설명하고 설명해야 옳다. 그것이 국민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마음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정부의 자세다. 정부가 이만큼 설명했는데도 어리석은 백성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탓하는 것은 국민을 섬기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정부의 일방적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국민들 촛불 시위 벌이며 강력 반대

정부, 일방적 방역패스 강행에
학부모 등 시민들 강한 거부감
적극적 소통으로 신뢰감 심어줘야


이번 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되었다. 그런데 방역패스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지금까지와 다르게 예사롭지 않다. 솔직히 그동안에도 방역이나 백신접종 때문에 국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전세계적인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정부대책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호응해 왔다. 그런데 왜 이번에 확대실시되는 방역패스 조치에 대해서만 유달리 국민들의 반발이 심한 것일까? 그동안의 불편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탓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성년자인 학생과 청소년들에게까지 방역패스를 실시하겠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한 반발이 가장 심각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정부방침에 대해 학부모들이 항의하며 나서자 참고 정부를 따르던 다른 국민들도 함께 정부에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은 왜 이렇게 방역패스에 반발하는 것일까? 솔직히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지금까지도 여러 번 지적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답변만 반복해 왔다. 백신이 어떻게 안전한지 설명도 없고 설득도 없이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공짜로 백신을 맞게 해 주겠다는데 왜 안 맞느냐는 태도였다. 심지어 백신이 안전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이러니 국민들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정부를 믿고 묵묵히 그 방침을 따라 왔다. 하지만 정부는 부모의 마음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위험을 안더라도 나는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한 번 들어 보지 못한 채 우리 아이들에게 불안한 백신을 맞힐 수는 없다는 부모의 마음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정부가 더욱 걱정스럽다. 무지한 국민들은 정부가 주는 밥상 그대로 받아먹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가 아니라, 대통령부터 모든 국민이 모여 앉아 나물 한 접시일망정 안심하고 함께 나눠 먹자는 그런 정부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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