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설문지 작성했더니 노후 준비 ‘길’이 보이네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서비스 받아 보니
홑벌이인 기자는 정년퇴직을 5년 앞두고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가난하게 100세 살기’ 인생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래서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서비스를 통해 노후를 직접 설계해보았다. 다만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감추기 위해 일부 수치는 조정했으며, 각종 수치는 100% 정확하지 않고 개략적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둔다.
종합 재무 설계 요청서·노후 준비 진단지
2가지 설문지 통해 1 대 1 맞춤형 대책 제공
본인만 하거나 배우자와 같이 분석할 수도
1~2주 소요, 노후 준비 부족한 부분 등 진단
적정 노후 생활 부족분 충당 위해 대안 제시
■두 가지 설문지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부터 노후 준비 방안을 모색하는 퇴직 예정자들을 위해 노후준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 대 1로 실시하는 진단, 상담, 교육을 통해 퇴직 이후의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약한 일시에 맞춰 국민연금 부산지역본부를 찾아갔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지하철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 앞이다. 노후준비서비스 팀의 강인균 과장은 두 가지 설문지를 내놓았다. ‘종합 재무 설계 요청서’와 ‘노후 준비 종합 진단지’였다. 두 설문지를 작성하는 데에는 10~20분이면 충분했다.
종합 재무 설계 요청서에는 기본정보와 ‘노후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월 생활비’를 물어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생활비 질문에는 다섯 가지 답변이 적혀 있었다. 117만 원, 165만 원, 195만 원, 269만 원, 직접 작성이었다. 국민연금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들이 생각하는 부부 기준 매월 적정 노후생활비는 평균 269만 원이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적당할 것 같아 269만 원을 선택했다.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 중 연금으로 준비하고 싶은 수준, 현재 준비하고 있는 연금 내역, 퇴직연금 유무와 총액 그리고 수입과 지출, 대출, 저축 등을 묻는 항목이 이어졌다.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내역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기자는 월급 외에 아파트 한 채, 총 저축 4000만 원 가량을 갖고 있다. 부채는 없지만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 등록금으로 연간 1400만 원이 지출되기 때문에 저축을 더 늘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매달 월급에서 국민연금으로 들어가는 돈은 47만 원이다.
노후 준비 종합 진단지는 건강, 여가, 대인관계를 묻는 내용으로 작성돼 있었다. 먼저 재무 준비를 묻는 항목이 나왔다. 이어 건강 상태, 취미와 여가 활동 여부, 가족과 친구 등 대인관계 등을 적는 항목이 이어졌다.
강 과장은 “본인만 분석할 수도 있고 배우자를 같이 분석할 수도 있다. 동의를 얻어 공적연금과 개인연금을 살펴본다. 설문지를 분석하는 데에는 1~2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노후준비 설계 결과
2주일 뒤 미리 약속한 일시에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를 다시 찾아갔다. 이미 결과는 완벽하게 분석돼 있었다. 강 과장은 노후 준비 수준 비교, 유지할 부분과 부족한 부분, 실천 과제, 추가 서비스 순서로 내용을 설명했다.
먼저 노후 준비 인식은 81점으로 꽤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후 준비 수준도 재무 89.1점, 건강 83.9점, 여가 활동 79.8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대인 관계가 44.1점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의 경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데다 2~3년 전 술을 끊은 게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이었다. 여가 활동에서는 직업적 특성에 맞게 여행 및 동화 스토리텔링이라는 취미를 가진 게 호평의 이유였다.
가장 중요한 분야는 재무였다. 32년 동안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퇴직 이후 월 269만 원의 소득을 올리려면 총 9억 6579만 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 과장의 결론은 “조금만 보완하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연금 수입이 없는 61~64세 사이의 소득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먼저 기자가 현재 상태대로 매달 47만 원을 넣는 국민연금 가입 상태를 유지할 경우 현재 가치 월 수령액은 177만 원에 이른다. 퇴직연금으로 매월 39만 원을 받는 부분까지 합쳐 총액으로 환산하면 6억 5334만 원이 된다. 필요한 총 소득보다 3억 1245만 원이 적다.
강 과장이 제시한 부족분 해소 해법은 세 가지였다. 먼저 잊고 있었던 아내의 연금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아내는 9년 4개월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112개월 동안 연금을 넣어둔 상태였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퇴직하는 바람에 연금은 정지돼 있었다.
강 과장은 추가납부(추납)와 임의가입을 활용하라고 했다. 추가납부는 직장을 그만두는 바람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가입 기간인 10년을 유지하지 못한 ‘경력 단절인’에게 연금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아내의 경우 최대한도인 119개월분의 연금을 추가 납부할 수 있었다. 매월 최소 납부액인 9만 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119개월 동안의 총액은 1071만 원이었다. 또 소득이 없는 아내는 매달 9만 원 이상씩 60세까지 연금을 임의가입으로 납부할 수 있다. 두 가지를 다 충족할 경우 아내는 65세부터 매달 76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해법은 개인저축연금이었다. 여유 자금으로 갖고 있던 저축을 활용해 월 90만 원씩 5년간 넣으면 61세부터 매달 51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또 퇴직연금의 운용 방법을 조금 바꾸라는 조언도 있었다.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 총액의 30% 정도를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하라는 것이었다.
기자의 연금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강 과장은 “퇴직한 이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임의 가입 제도를 활용해 64세까지 연금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수령액이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까지 합치면 267만 원이 된다. 여기에 아내의 연금 76만 원을 더할 경우 343만 원으로 늘어난다. 당초 목표로 했던 269만 원보다 74만 원이 많다. 총 소득은 11억 2632만 원으로 필요한 소득을 1억 원 이상 넘어선다.
문제는 퇴직한 직후인 60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4세 이전까지 4년이었다. 경제 활동을 더 하지 않는 한 소득이 없는 시기다. 방법은 두 가지다. 연금을 앞당겨 받는 조기연금을 활용하는 게 첫 번째다. 1년 앞당겨 받을 경우 제때 받는 것보다 금액이 6% 줄어든다. 최대 5년까지 앞당겨 받을 수 있기 때문에 60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또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강 과장은 “각 개인의 사정에 따라 연금을 앞당겨 받는 것과 나중에 미뤄 받는 방법이 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어느 것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서비스에서 상담을 받은 뒤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