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테이저건 사건’ 진행 중인데… ‘경찰 새 면책특권’ 논란
경찰이 직무수행 과정서 시민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히더라도 중대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감면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부산역에서 무고한 시민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한 사건(부산일보 1월 7일 자 8면 등 보도)이 마무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에 추가적인 ‘면책 특권’이 부여된다면 유사한 인권침해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경찰관직무법’ 개정안 국회 통과
고의·중대과실 없으면 책임 감면 긴급 상황 모호 자의적 해석 여지
시민단체·법조계, 인권침해 우려
지난해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등으로 경찰의 현장 대응 부실 논란이 일자 법 개정 필요성이 부각되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 전 국회 법사위에서 규정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돼 한 차례 계류되기도 했다. 이에 여야는 ‘살인과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나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명백하고 긴급한 상황’이라는 구체적 상황을 명시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대해 “인권침해의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우려를 제기한다.
부산역 테이저건 사건의 피해자 A 씨는 “나 같은 피해자를 늘리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A 씨는 “직무집행법 개정안에서 말하는 ‘긴급한 상황’의 범위가 모호한 만큼 법이 통과되면 경찰이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늘어날 수 있다”며 “긴급상황이라는 이유로 물리력 남용이 허용되면 이번 사건과 같은 불상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도 논평을 통해 부산역 테이저건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의 물리력 오남용에 의한 사람의 신체 또는 생명의 피해는 많은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경찰관의 정당하고 적정한 직무집행은 형법상 정당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해 현재도 처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 또한 유사한 규정이 있어 개정안은 중복 조항에 가깝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율하의 전경민 변호사는 “경찰이 얼마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법 개정을 추진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면책 조항이 없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별 경찰관들에 대한 법률 지원 강화 등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 경찰관들은 공권력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B 경장은 “적극적 대응을 해야 하는 현장에서도 경찰을 보호해줄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장비사용을 최소화하는 등 소극적 대응을 할 때가 많다”며 “직무집행법 통과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에서도 한 작성자는 “경찰이 신변 위협을 느끼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비난의 화살은 결국 경찰 몫이 된다”며 “형사 책임 감면이 보장되어야 경찰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변은샘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