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또 ESS 화재, ‘안전성 논란’ 불붙었다
SK에너지 울산공장 ‘큰불’
12일 SK에너지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대형 화재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불거진 ‘ESS 안전성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화재 역시 아직 구체적인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ESS와의 연관성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12일 오전 6시 22분 SK에너지 울산공장 내 3층 규모 배터리 보관동(ESS)에서 난 불은 8시간여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11월 울산컴플렉스(CLX)에 50MWh 규모 ESS를 1~2층에 걸쳐 설치했다. 자회사인 SK온이 납품한 배터리다. 약 10만 가구에 1시간 동안 공급 가능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ESS다. 관리는 SK E&S가 맡고 있다.
ESS, 전력계통 연계 ‘화재 온상’
32차례 발생, 재산 손실만 1조 원
정부 진상조사 대다수 원인 못 밝혀
산업부 “ESS 연관성 집중 조사 중”
화재 직후 발화 장소로 ESS실이 추정된 만큼 현재로서는 ESS가 사고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전에도 전국적으로 대규모 ESS 화재가 잦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ESS는 항상 전력계통과 연계돼 있어 화재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불이 난 건물 3층은 변압기실과 소화설비실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이번 화재의 경우 ESS에서 화재가 시작된 건지, 다른 곳에서 발생한 불이 ESS에 옮겨붙었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SK온이 만든 ESS에서 발생한 화재도 이번이 처음이어서 섣불리 화재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ESS 화재 사태가 거듭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진상조사로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ESS 설치 사업장은 울산 75곳, 부산 32곳, 경남 15곳 등 부울경에만 모두 120여 곳 이상이다. 경남의 경우 한국전력에 신고된 사업장만 집계해 전체 ESS 사업장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적으로 잇따른 ESS 화재의 구체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대형 화재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신재생에너지 바람을 타고 ESS가 주택가와 가까운 곳으로 파고들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 따르면 ESS 화재사고는 2017년 8월 전북 고창 ESS 화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2차례 발생했다. 재산 손실만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모두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과 삼성SDI에서 제조한 장치다.
정부는 2019년 ‘1차 민관합동 ESS 화재 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발족해 그해 6월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자체 결함보다는 보호·운영·관리상 문제를 주요하게 다뤘다. 그러나 이후에도 화재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같은 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를 주축으로 한 2차 합동조사단을 꾸려 이듬해 2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때 발표에서 2019년 8월 이후 발생한 ESS 화재 5건에 대한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 등을 지적, 충전율 제한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실증 실험을 통해서도 화재가 없었고, 화재 원인이 배터리라는 점도 명확하지 않다며 크게 반발했다. ESS는 배터리 외에도 전력변환장치(PCS) 등 부품업체와 운영시스템(EMS), 관리시스템(BMS), 설치·시공업체 등 4~5개 사업자가 참여해 만든 종합 시스템인데, 배터리 책임론만 부각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2020년과 2021년 총 4건의 ESS 화재사고에 대해서도 지난해 중순 ‘3차 ESS 화재원인 조사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ESS 화재사고 3차 조사 결과는 올 4월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SK에너지 화재사고에도 조사단을 보내 화재 원인과 ESS 연관성 여부를 집중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