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참가 국내 기업 무더기 확진…무리한 행사 참가 논란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한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SK그룹, 코웨이 등 국내 기업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부에선 변이종인 오미크론의 글로벌 확산속에 구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중국 기업들이 대거 불참한 것과는 달리 국내 기업들이 무리하게 행사 참가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일 사내 공지를 통해 CES에 출장을 간 임직원 20여 명이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확진 판정을 받은 임직원들은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파견한 의료진의 지원 아래 현재 미국에서 자체 격리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출장을 갔던 임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발이 묶이자 삼성전자는 전세기 투입을 통해 현지시간으로 11∼12일 국내로 이송한 뒤 국내 격리시설에 머물게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사내 공지를 통해 “감염 상황에 대비해 선제 조처를 했지만, 현지 코로나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확진자 발생을 막지 못했다”며 “의료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조속히 쾌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직원 6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미국에서 격리 중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는 레지던스형 호텔 숙식비 포함 코로나 검사 비용 등 체류 관련 제반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증상이 전혀 없고, 나머지도 경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역시 CES 참가 직원 일부가 현지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미국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웨이 직원도 2명이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아직 귀국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당초 참가자중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으나, 약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CES 2022는 행사 기간이 4일에서 3일로 예정보다 짧아지고, 참가 기업 수도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과 중국 기업들의 불참으로 예년 대비 절반 수준(2200여 개)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참가기업에서 대거 확진자가 나온 것은 무리한 행사 참가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과 스타트업 등은 규모를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역대 최대규모인 500여 개가 참가했다”, “혁신기술들로 CES를 빛냈다”며 홍보하기에 바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서만 국내 기업 임직원 수십명이 확진판정이 났는데, 최근 국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이번 CES 행사 전에 업체별로 참가 자제요청이 있었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에서도 CES 2022에 기업과 기관 관계자들이 다수 참가했지만 현재로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상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도 CES 지원을 위해 직원 2명이 출국했으나 미국 출발 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고 11일 인천 공항에서 다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