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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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부장

나는 누구인가? 살면서 계속 마주하는 질문이다.

토니 뒤랑의 (소원나무)는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서 지문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지문이 수많은 곡선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내 안에는 작은 것들이 모여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인가 싶다가도 이건 아닌데 싶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궁금해한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지.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지, 나는 무엇이 되었고 무엇이 될 것인지, 내일의 나도 오늘과 똑같을 것인지. 그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그림).

나에 대한 질문은 진짜 나를 찾는 여행으로 연결된다. 변예슬 (길벗어린이)에는 작은 물고기가 나온다. 어느 날 물고기는 신비로운 빛을 본다. 무리를 벗어나 빛을 쫓으니 나에게 없는 것으로 가득한 세상이 펼쳐진다. 나에게는 없는 빛이 멋져 보여서, 나도 그렇게 빛나고 싶어서, 더 빛나는 것을 찾아 떠났다. 새로운 빛을 만날 때마다 그것에 물들고 또 물들었다.

그때 누군가 말한다. “너는 자신을 잃어버렸구나.” 좋은 것들로 나를 채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사라진 것이다. 나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내가 아닌 것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찬찬히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빛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자기 존재를 고민하고 자아를 찾아 떠나고. 그 모든 과정의 끝은 다시 ‘나’를 향한다. 김규정 (바람의아이들)는 스스로를 아낄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야구공과 축구공이 다르고, 멸치와 고래가 다른 것처럼 우리는 각자 다른 존재다. 작은 그릇과 큰 그릇의 쓰임이 다르고, 작은 꽃이 좋은 순간이 있고 큰 나무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는 그냥 나이다. 네가 그냥 너인 것처럼. ‘모든 시절의 나는 그 자체로 온전한 나였다’는 작가의 말이 좋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모든 순간의 우리는 소중한 존재라는 각성. 거기에서 제대로 내 인생을 살아갈 힘이 나온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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