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시간·관계 빈곤… 경계인 시선서 한국 부조리 해부
당신이 몰랐던 K/박노자
좀 살만해지면 어김없이 스며드는 악령이 오만이다. 성공에 취해 자기만의 성공 방식을 고집해 독선에 빠지기 쉬우니까. 나를 향한 이런 심리는 타인에게는 폭력으로 변하기 쉽다. 다른 이의 삶을 제 기준으로 재단하는 태도는 남에게 상처를 준다.
나라 단위의 사고에서도 다를 바 없다. 이른바 ‘국뽕’에 취하면,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관성이 되면 반성은 사라진다.
세계 최고 빈국에서 벗어나 부유한 나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유엔 개발 회의는 한국을 선진국 그룹에 포함했다. 영화나 음악에서도 세계의 인정을 받으며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걸 상징하는 영문 이니셜이 바로 ‘K’이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도취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늘 남는다.
박노자 교수의 신간 는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던 K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다. 경계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해부해온 그는 ‘신 빈곤’에 주목한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시간 빈곤’, 타인과 분리되는 ‘관계 빈곤’을 말한다. 경제 성장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명문 학교와 유명 직장을 부모의 힘으로 얻는 ‘2세 사회 귀족’에 대해서도 메스를 댄다. 빈민과 여성, 난민에 ‘벌레’라는 별칭을 붙여 멸시와 차별을 일상화한다는 지적은 얼굴을 뜨겁게 한다.
저자는 비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사 선진국’에서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할 방안을 조언한다. 그의 말에 못된 관성을 떨쳐내고 반성과 교정을 할 임무는 우리의 몫이다. 박노자 지음/한겨레출판/240쪽/1만 5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