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성공률 높이려면 ‘마음 비우는 노력’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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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찬 세화병원 원장 ‘쌍둥이를 원하십니까’ 출간

“임신이 안되는 이유는 너무도 많습니다. 30년 이상 난임치료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게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생명탄생은 오묘한 자연의 법칙이며, 우주 속에서 인간은 아주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난임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세화병원 이상찬 원장이 회고록 성격의 저서 <쌍둥이를 원하십니까-생명이야기>를 펴냈다. 난임 치료 외길을 걸어온 이 원장이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애환과 자신의 인생역정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반성문’ 을 적는 심정으로 글을 써왔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도 난임 주원인 중 하나
의학적 설명 안 되는 부분 많아
해외 난임 환자 유치 활동도 담아
“상업적 난자공여 허용 방안 필요”

“임신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항상 외줄을 타는 느낌입니다. 외줄타기를 잘 해 99m까지 와도 마지막 1m를 남겨놓고 떨어지면 모든 과정이 물거품이 됩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무력증에 빠지기도 하고 허탈감에 빠질 때가 많았습니다. 인간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매일 진료실에서 깨닫고 있습니다.”

임신이 안되는 이유는 아주 많다. 나팔관이 막혀서, 폐경으로 배란이 안되어서, 정자가 힘이 없거나 수가 적어서, 착상이 제대로 안되어서 등등 다양하다.

많은 원인이 있지만 이 원장은 “임신 성공률을 높이려면 마음을 비우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도 난임의 주요 원인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에 네 차례 실패했던 40대 중반 여성이 홀가분하게 여행을 다녀와서 자연임신이 되기도 한 사례도 소개됐다.

이런 마음가짐은 이 원장이 그동안 개최해 온 ‘세화 아카데미’의 명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초 세화아카데미 이름을 ‘과학과 인문학의 충돌-창조적 파괴’로 시작했다가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혁신’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과학과 인문학의 화해-비움(내려놓음)’에 이르게 되었다. 맞서 싸우기 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을 체득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1987년 개원한 이후 줄곧 난임치료만을 고집해 왔다. 난임의학연구소와 정자·난자은행을 갖추고 있고 우수한 연구진까지 보유하고 있는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다. 그렇지만 이 원장은 “난임 치료를 해보니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아직 너무 많다”며 자신을 낮추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준 김성종 추리문학관 관장은 이 원장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그를 ‘신의 영역을 넘보는 불손한 사나이’라고 평가했다. 김 관장은 추천사에서 “이 원장이 난임 문제에 천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도전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며 “다른 도전도 아닌,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기에 그는 평생을 바쳐 좌절하지 않고 싸워올 수 있었던 것이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2005년부터 해외환자 유치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어 많은 성과를 남겼다. ‘의료관광’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해외환자 유치 활동을 해온 선구자인 셈이다.

비뇨기과 원장인 지인으로부터 ‘한국으로 난임환자를 보내고 싶은데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러시아 환자 중에서 세화병원에서 시험관 아기시술을 받았던 적이 있는 나타샤가 통역관 역할을 맡아주면서 활기를 띠게 됐다. 나타샤를 통해 러시아 사할린의 산부인과 의사 엘레나와 난임치료 상호협력을 방안을 마련한 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칭다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매년 200명 내외의 해외환자가 세화병원을 찾을 정도였다.

이 원장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임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법적, 제도적인 장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30대에 조기 폐경된 여성이 임신을 원할 경우 타인의 난자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현행법에선 경제적인 대가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난임환자들이 불법매매 과정에서 브로커에 속거나 범법자가 되기도 한다”며 난임 환자의 애로를 설명했다.

보통 난자 채취를 위해선 검사를 받은 후 2주간 과배란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1회 채취하는데 500만원, 2~3회 채취하는데 1천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 선의로 난자공여 의사를 밝힐 수는 있지만 이런 비용까지 본인 돈을 들여가면서 난자공여를 해 줄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오래전부터 난자공여를 상업적으로 허용해 오고 있다.

“생명윤리법의 취지는 잘 알지만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합니다. 난임환자의 절실한 심정을 조금이라고 이해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길 간청합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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