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분출로 전기·통신 다 끊긴 통가… “주민 80%가 피해”
남태평양 통가섬 인근에서 15일(현지시간) 발생한 해저 화산 분출로 통가섬의 전기와 통신이 다 끊기고 물도 오염된 가운데, 최소 8만 명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발이 1000년에 한번 있을 만한 대폭발이라고 진단했다. 화산 분출은 17일에도 또 한 차례 있었던 것으로 보여 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7일 BBC에 따르면 뉴질랜드가 통가 인근의 해저 화산 폭발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찰기를 급파했다. 또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통가 주민 10만 명 중 8만 명이 피해를 봤을 수 있다고 밝히며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폭발로 통가는 물론 상당수 태평양 섬들이 화산재로 뒤덮였고, 전력 공급이 중단됐으며 통신도 두절됐다.
전문가 “1000년에 한 번 있을 대폭발”
17일에도 한 차례 분출해 주변국 긴장
뉴질랜드, 정찰기 급파 피해 파악 나서
국제적십자연맹, 인도적 지원 호소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쓰나미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화산재로 물 공급원이 오염돼 생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통가의 국왕인 투포우 6세를 포함한 주민들은 고지대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명 피해 상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보가 부족해 뉴질랜드와 호주는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정찰 비행을 계속 하고 있다.
IFRC의 케이티 그린우드 태평양 대표단장은 “도움이 시급하다”며 “화산 분출이나 이로 인한 쓰나미, 침수 등으로 통가에서 최대 8만 명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통가의 피터 런드 뉴질랜드 고등판무관 대행은 섬나라가 화산재로 뒤덮인 후 “달 표면 모습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구호자선단체들에 따르면 당국은 사람들에게 폐를 보호하기 위해 생수를 마시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대규모 폭발 전에도 화산은 며칠 동안 계속 분출 중이었으며 통가 기상청은 일부 지역에서 유황과 암모니아 냄새가 보고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화산은 15일(현지시간) 오후 5시 26분께 수도 누쿠알로파 북쪽 65km 해역에 있는 해저 화산인 통가 훙가 하파이 화산에서 분출했다. 분출물은 해수면을 뚫고 20㎞ 상공까지 치솟았으며, 반경 260㎞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규모 화산 분출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산이 8분간 분화하면서 누쿠알로파는 1.2m 높이의 쓰나미(해일)에 휩쓸렸다. 이에 따라 태평양을 면하고 있는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으며, 알래스카 등 일부 해안에서는 홍수가 발생했다. 1만km 떨어진 페루 해안에서는 2명이 익사하기도 했다.
이날 우주 위성에서도 선명하게 관측된 통가 해저 화산 분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한 거대 폭발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추가 폭발을 우려했는데, AFP통신에 따르면 실제 17일 오전 11시 10분쯤 통가 인근에서 또한번의 대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다. 호주 다윈에 있는 관측소와 미국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가 이를 감지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오클랜드 대학의 쉐인 크로닌 교수는 서기 200년과 1100년경에 발생한 화산 폭발 사례를 볼 때 이 화산이 한동안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크로닌 교수는 “이번 폭발 규모로 볼 때 화산 상태가 불안정하며 쓰나미 위험이 높다”며 “화산 폭발은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