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자치분권 2.0
‘웹(Web) 2.0’은 2004년 미국 IT 출판사 <오라일리 미디어>의 공동 창업자인 데일 도허티가 세계 최초로 발표한 개념이다. 개방적인 웹 환경을 기반으로 네티즌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재창조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던 인터넷 세상에서 네티즌 스스로 인터넷 문화의 주인이 되는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게다. 이용자 중심인 구글 검색 기능과 네이버 ‘지식인(iN)’ 서비스를 웹 2.0의 시초로 꼽을 수 있다. 인기 SNS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는 대표적인 웹 2.0 플랫폼이다.
도허티의 발표 이후 웹 2.0은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가 다양한 분야에서 유행했다. 기존의 것과 차별화하고 지속 가능성이 높은 것을 강조하거나 한 차원 달라진 무언가를 설명할 때 어김없이 2.0 개념이 활용됐다. 영어사전은 2.0에 대해 ‘어떤 것의 두 번째 주요 버전을 가리키는 형용사’라고 풀이한다.
국내에서도 특정 용어에 ‘2.0’이나 ‘2.0 시대’만 갖다 붙이면 쉽게 관심을 끌고 설득력마저 생겨 기본적인 장사가 될 정도다. 민관의 적용 사례는 수두룩하다. 문재인 정권의 한국판 뉴딜 2.0 정책, 국방부 국방개혁 2.0 과제, 시장자본주의 2.0 시대, 노동 2.0 체제, 한류 콘텐츠 2.0, 소재·부품·장비산업 2.0 전략, 재생에너지 2.0 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류의 생활 방식과 기준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현재는 ‘뉴노멀(New normal) 2.0 시대’로 불린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매우 빠른 국내외 IT 업계에서는 최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블록체인, NFT(대체불가능토큰), AI(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운 ‘웹 3.0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달 13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헌정사상 최초인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열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자치분권 2.0 시대’가 개막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분기별 회의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지방자치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논의·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허티는 “웹 2.0은 개방·참여·공유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자치분권도 허울뿐인 말잔치에서 벗어나 2.0 개념에 맞게 지자체와 지역 주민이 진정한 주인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균형발전(공유)을 꾀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자치분권이 한층 성숙하고 뿌리를 잘 내려 지방의 전성기를 꽃피우면 좋겠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