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D-9 현장 대혼란, 문제는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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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부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 등이 부과된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지만, 새 정부의 노동 과제 1순위는 중대재해법 보완이라고 답할 만큼 기업 반발이 큰 편이다. 하지만 이미 법 시행을 목전에 둔 만큼 지금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라 안전·보건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등 내부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안전 경영은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안전 경영 시대 과제, 후진국 오명 안 돼
모호한 부분 있지만 준비에 만전 기해야

물론 정확한 지침이 없어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당장 항만·해운·수산업계만 하더라도 초비상 국면이라고 한다. 항만업계의 경우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터미널 운영사 대표의 처벌은 물론, 터미널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컨테이너 부두에는 운영사가 직접 계약한 근로자뿐 아니라 줄잡이, 검수, 선용품 공급, 방역 등을 위해 선사가 고용한 이들도 함께 일하고 있는데, 사실상 고용 관계가 복잡해 관리의무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혼란 등 모호한 부분은 최대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중대재해법 취지는 노동자·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산업재해로부터 지키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828명에 이른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 작업을 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 군’이나 새벽 발전소에서 혼자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김용균 씨 같은 사건은 판박이처럼 재연되지만 우리 사회의 대처는 너무나 미온적이었다. 게다가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조차 안 되게 됐다. 심지어 일부 기업에서는 사주(오너)의 법적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대표를 2명으로 늘리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의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 우리가 10위권 경제 대국이라고 하면서 만년 산재사망 국가 오명을 지고 있을 순 없다. 중대재해법 적용은 피해 갔지만 광주 신축 공사장 붕괴 참사 처리 여부도 주목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이걸로 책임을 모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 원인을 들여다보면 100%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안전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다가 인명이 죽어 나가는 후진국형 사고가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되기에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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