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이름에서 아이파크 빼자” 부산서도 HDC 퇴출 움직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 후 부산지역에도 대규모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아이파크’ 브랜드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HDC(현대산업개발)가 수주한 재건축·개재발 단지에서 시공사 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최근 HDC가 준공한 아파트 주민들도 불안을 호소하며 단지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요구도 나온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에서 HDC가 참여하는 주요 재개발지역은 촉진3(3554세대), 대연3(4488세대), 서금사A(2672새대), 가야1구역(1943세대) 등이다. 이 중 촉진 3구역은 단독 시공이며, 나머지는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
이들 조합에는 사고 직후부터 시공사 해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해당 조합들은 일제히 HDC에 공문을 보내 향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광주 붕괴사고 후 불안감 확산
재개발 시공사 해지 요구 거세
1조 원 넘는 촉진 3구역 재개발
이름 바꾸고 시공권 해지 검토
준공된 아파트서도 개명 논란
특히 부산시민공원 옆에 들어서는 촉진3구역은 공사액만 1조 원이 넘는 대형 사업지로, HDC 단독 시공 재개발 현장 중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HDC가 부산의 랜드마크인 해운대아이파크 이후 제2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촉진3구역 조합은 시공권 해지까지도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조합은 공문을 통해 ‘아이파크’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대대적인 회사 개혁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시공사 감리 이외 자체 감리를 두고, 그 비용 부담을 HDC 측이 져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촉진3구역 최금성 조합장은 “지난해 6월 사고 후에도 조합원 우려가 컸는데, 이번 사고로 아이파크 브랜드를 더 이상 내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HDC의 시공권을 해지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HDC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다른 사업장에도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연일 제기되고 있다. 한 조합장은 “구역 내 어르신들이 사고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조합 사무실을 찾아와 현대산업개발이 집을 지으면 무너지는 거 아니냐고 걱정한다”며 “시공사 해지는 손익 계산을 따져봐야겠지만, 적어도 아이파크 명칭은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부 조합에서는 이번 기회에 컨소시엄에서 HDC를 제외하고 단일 시공사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동래래미안아이파크의 한 입주민은 “집값 하락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했다”며 “지역에서 주목받는 신축 대규모 단지인데, 입주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런 일이 터져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아이파크 퇴출 움직임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일고 있다. 울산 남구B-07구역은 지난 14일 공문을 통해 가계약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특별 대책이 지연될 때는 시공권 유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광주 최대 재건축 단지인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계약 해지 검토를 공식 통보했고, 서울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도 신축 아파트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시공사 교체에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법적인 다툼이 없을 경우 시공사 교체로 사업이 지연되는 기간은 통상 4~6개월가량 걸린다. 이번 사고의 경우, 시공사에 귀책 사유가 발생했느냐를 두고 분쟁의 여지가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HDC가 정부로부터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당하면, 시공사 해지 요건이 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한 조합장은 “단순하게 시공사 교체 때는 그동안 사용한 비용을 보전하는 선에서 해결이 되지만, 시공사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면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일단 HDC의 대책 발표를 보고, 조합원들과 논의해 시공권 해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